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부리나케-이성수-

불량아들 2022. 6. 2. 11:19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7)

 

부리나케

이성수(1964~ )

 

엄마 보고 달려오던 아이

제 발에 걸려

코가 깨졌다

 

꽃이 오는 속도

봄이 피는 온도

 

꽃피 쏟아져 울음 벙그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07번째 시는 이성수 시인의 부리나케입니다.

 

부리나케의 사전적 의미는 서둘러서 아주 급하게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불이 나게인데, 옛날 옛적에 부싯돌을 사용하여 불을 지피려면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했는데, 불이 나게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부리나케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어릴 적 학교를 마치면 바람보다도 빠르게 집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엄마 젖이 항상 모자랐던 필자는 집 대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가방을 내동댕이치며 엄마 젖, 엄마 젖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부리나케달려갔다고 하는데, 어디 엄마 젖 생각뿐이었겠습니까, 실상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세월의 무상함과 빠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봄꽃은 피지마자 보이지 않고, 봄꽃을 피우는 봄기운조차 느낄 여유 없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져버립니다.

 

엄마가 보고 코가 깨지도록 달려가는 마음, “꽃피의 감동으로 피어나 울음 벙그게 하는 애절한 마음을 이 봄에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아지랑이 교회 종소리처럼 피어오르는 봄, 아찔한 현기증을 부리나케되돌려 보내고, 봄의 속도”, “온도를 온전한 울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봄날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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