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스크랩] 지 살자고 하는 짓

불량아들 2006. 5. 18. 16:19
지 살자고 하는 짓

언젠가 기자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우리 나라 미용 조직만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잘 구성된 미용 조직은 찾기 힘듭니다.
물론 이렇게 잘 정비된 조직이 그 나라의 미용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만,
미용 사회가 어차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임을 감안할 때
우리 미용 조직은 다른 나라 미용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체계화된 조직은 그 이익 집단내의 힘을 결집시켜서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 힘은 위정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미용 조직이 한 목소리를 내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는지는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가 경험해 왔던 바로는 당장의 안위를 위해서
하부 조직원들끼리 결집된 힘을 위로 상승하는 모범적인 예를 보여주지 못했고
하부건 상부건 조직의 장이 되기 위하여 아전인수식의 싸움을 계속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의 힘은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무섭습니다.
조직의 장이 되기 위하여 같은 미용인끼리 상처투성이의 혈전으로 미용인들의 힘을
소모적으로 낭비하는 사례는 어쨌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거란 것이 그런가 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로서 선배로서 우의를 다지던 미용인들이
선거를 앞두고는 마치 철천지 원수를 대하듯 하는 모습은
정말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 도는 훨씬 심합니다.
선거로 만신창이가 된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저 분이 정말 기자가 생각했던 양식있고 기품있던 그 미용인인가’ 하는
의문마저 가지게 합니다.
이제는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기자란 직업이 때로는 행복한 일일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다’라는 격언을 상기시키듯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고민할 때는
기자가 가장 불행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더구나 지역적으로 신망 받던 미용인의 잘못된 이면을 듣게 되는 경우는
허탈감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음덕을 베풀며
지역적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마음속 깊이 받고 있는 미용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진실은 언젠간 밝혀지고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젠 서로를 존중하고 높여주는 미용인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많이도 싸늘해졌습니다.
흐르는 세월과도 같이 인간사는 돌고 도는 게 이치인가 봅니다.
지금도 내가 맞네, 네가 잘 못했네 큰 소리 치고 있는 미용인들께
다정했던 어제 일을 상기해 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하종오 님의 말씀대로 ‘지 살자고 하는 짓’을 가슴 따뜻하게 음미해 봅시다.


지 살자고 하는 짓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
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
막내아들이 멀리 튄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
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
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
늙은 어머니는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
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
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
늙은 어머니가 해거름에 집 안으로 들 적에
이웃집 수캐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먼저 넘어서
암캐에게 올라타려고 낑낑거리는 꼴이 민망해서
막내아들이 콩줄기 거머쥐고 후려치면 말렸다
놔둬라이, 지들 딴엔 찬 밤 길어지니 옆구리 시린 게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뷰티라이프 11월호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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