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남자들의 수다

불량아들 2006. 7. 16. 11:38

5시 50분, 자칭 장차 국정원장 후보, 낼 모레 북경 시내 전체를 통채로 사겠다는 놈,

잘 생긴 나, 이렇게 셋이서 역삼동 <사랑방>에서 만난다.

 

오랜만이다.

언제나 추억은 즐겁다.

마시는 술과 함께 옛 추억이 술술술.

 

남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술 자체는 맛이 없는 법.

술 자리의 분위기가 술맛이다.

더구나 좋은 추억을 안주 삼아 마시는 술맛, 어떻게 표현하리...

 

우리들의 추억 하나.

2학년 봄 학기 무렵.

우리 학교 야구부가 춘계대학야구대회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은 오후 3시.

 

3시부터 5시까지 '비교문학' 수업.

비교문학의 세계적인 대가이자 점심 식사 때는 꼭 반주를 드시는 이경선 교수님.

교수님께 연락할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우리과 전체가 동대문야구장으로 응원을 갔다.

과대표였던 나만 혼자 남아서 교수님의 허락을 받기로 했다.

 

'설마 허락하지 않지는 않으시겠지, 허락과 동시에 동대문야구장으로 달려 가리라'

기대감과 함께....

 

오후 3시를 조금 넘기고 교수님께서 얼큰하게 한잔하신 얼굴로 들어오신다.

강의실에 혼자만 앉아있는 나를 보고 의아해하신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수업은 수업이다, 학생은 학생이고..."

 

말씀과 함께 수업을 강행하신다.

 

술 취하신 교수님과 두 눈만 멀뚱멀뚱한 학생 하나.

두 시간을 꽉 채우시고 침 튀겨가며 열강하시는 수업,

맨 앞줄에 앉아서 나 혼자 다 들어야 했다.

 

그 교수님 몇 해 전에 간경화증으로 돌아가시고,

이제 그 열강 들을래야 들을 수 없네.

 

남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2차는 탤런트 거시기가 운영하는 청담동 술집으로,

3차는 노래방으로,

4차, 5차로 이어지고 우리들의 정신도 오락가락.

 

얼레 눈을 뜨니 집 거실에 누워 있네.

 

 

   2006. 6.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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