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15일간의 유럽 여행

불량아들 2006. 8. 13. 07:10

드뎌 14박 15일간의 유럽 배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10일 저녁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급한 일 마무리하고

시차 적응(?)하느라 자다 졸다 하다가 이제 더 망설이다가는

깡그리 잊어버릴 것 같아 몇 자 적어보려고 컴 앞에 앉는다.

 

근디 왜케 덥냐?

유럽에 가기 전엔 그쪽이 폭염이라고 난리더만 그쪽은 시원하던데 여기는 환장하게 덥네.

 

 

7월 27일(목)

오전에 복지부 공중위생관리팀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하고

오후 5시, 딸을 만나서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장맛비가 여전하다. 차창 밖으로 오는 비가 그리 정다워 보이지 않는다.

 

처음하는 배낭 여행이라 설레임 반, 기대 반이다.

저녁 9시 40분 QR889편으로 인천공항을 이륙한다.

 

상해를 경유하여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한다.

도하는 <2006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중동에 있지만 아시아 국가에 속한다.

모래 바람 속의 폭염이 중동임을 실감케 한다.

낙타 시장과 농수산시장을 구경하고 도하 시내를 버스 투어한다.

75만의 작은 국가지만 넘쳐나는 석유로 국민 소득이 3만불을 넘는단다.

집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전기세며 수도세, 먹는 것만 빼고 정부가 다 대준단다.

하나도 부럽지 않은 나라다.

 

오후 1시에 항공편을 환승 도하를 출발, 저녁 6시 30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한다.

이제 유럽이다. 호텔로 이동하여 이국에서의 첫잠을 청한다.

 

 

7월 29일(토)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두오모성당>으로 간다.

두오모는 세계 최대의 고딕 건축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다.

입구에서는 짧은 반바지나 민소매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하늘을 찌를 듯한 135개의 첨탑과 2250 여개의 조각상들로 된 외관은 장엄, 화려 그 자체다.

계단을 이용, 지붕에 올라 밀라노 시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오모 성당을 나와 근처의 명품 거리를 구경한다. 온갖 명품 숍들이 즐비하다.

보통 50% 정도 세일을 하고 있다.

출출하다. 식당에 들어가 바디 랭귀지 80, 짧은 영어 20을 혼합하여 파스타와 콜라를 시킨다.

잘도 알아듣는다.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 식당을 나와 <스포르체스코 성>과<스칼라 극장>을

뙤약볕 아래에서  설렁 설렁 본다.

공원에서는 눈요깃감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부럽다, 그 자유....

 

호텔로 돌아와 짐을 꾸려 밀라노 중앙역에서 저녁 10시 야간 열차를 탑승한다.

유레일 패스 날짜 건으로 승무원들과 옥신각신하다 어렵게

새벽 5시에 로마에 도착한다.

짜식들이 규정도 잘 모른다.

로마 도착 후 지하철을 타고 호텔행.

 

 

7월 30일(일)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한다.

일요일은 무료라서 입장객들이 무지막지하게 긴 줄을 만들고 있다.

2시간을 기라렸다가 포기하고 옆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보고

<천사의 성>,<<나보나 광장>, <판테온>을 거쳐 <트레비 분수>까지 걸어간다.

트레비 분수 앞은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트레비 분수 근처에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가게를

결국은 찾지 못하고 맥도날드에 들어가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한다.

 

나은이는 로마의 더위에 지쳤는지 그만 호텔로 가자고 성화다.

<스페인 광장>을 거쳐 지하철로 호텔로 돌아온다.

 

호텔에서 한국에서 가져간 컵 라면을 먹으려는데 젠장 호텔에 커피 포트가 없다.

그렇다고 못 먹을 대한민국 사람들이던가. 커피 포트를 빌려다

컵 라면에 햇반을 말아 김치 냄새 폴폴 풍기며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7월 31일(월)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어제 못 본 <바티칸 박물관>에 다시 간다. 

박물관내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본 감명은 잊을 수 없다.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팔라티노 언덕>, <포로노마노>를 걸어서 걸어서 구경한다.

 

로마는 가는 곳마다 유적지 천지다. 그 문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실의 입>은 늦게 도착한 관계로 문을 닫은 뒤다.

까짓것 하수도 뚜껑 안 보면 어떠랴, 더위에 지쳐만 간다.

 

저녁 7시, 일행이 모두 이탈리안 식당에 모여 피자 특식을 먹는데 짜기만 했지

한국에서 먹는 피자보다 맛이 덣하다. 내가 좋아하는 피클도 나오지 않고....

 

이탈리아 지하철은 냉방도 되지 않고 지저분하다.

역시 지하철은 한국이 짱이다.

서비스도 엉망이다.

친절하지 않아도 관광객들이 몰려오니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단다.

부러운 나라다.

그렇더라도 좀 서비스에 신경 써라 짜슥들아.

 

 

8월 1일(화)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한다.

로마에서 베네치아까지는 3시간 30분이 걸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해바라기와 옥수수 밭이 끝이 없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했던 영화 <해바라기>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베네치아는 122개의 작은 섬과 400 여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도 여기에 있다.

 

산타루치아 역에서 <리알토 다리>를 건너 <산 마르코 광장>까지 걸어서 간다.

걸어가는 길 양쪽으론 많은 가게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중간 중간에 길거리 공연을 보는 재미가 크다.

베네치아의 유명한 관광 수상 교통 수단인 곤돌라를 타고

시청과 카사노바가 살았던 집 등을 구경한다.

곤돌라는 좁은 물길을 잘도 헤집고 다닌다.

 

베네치아에 와서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지구 어디엔가에는 이처럼 여유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잠긴다. 

생각을 더 넓게, 시야를 크게 하고 살야야 한다.

 

밤 11시, 침대칸 열차를 타고 스위스 취리히로 향한다.

 

 

8월 2일(수)

아침 9시, 취리히에 도착하여 곧바로 기차를 갈아 타고 루체른으로 향한다.

루체른은 산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호수와 산자락의 샬레들로 대표되는 가장 스위스적인 도시다.

 

스위스에는 지난 97년도에 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위스의 자연 풍광은 환상 그 자체다.

자연과 일치된 집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루체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목조 다리인 <카펠교>를 건너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나은이와 단 둘이 물어물어 찾아간다.

주인이 친절하다.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맛있게 먹고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간다.

빈사의 사자상은 숲의 암벽에 조각되어 있는 커다란 사자의 상이다.

프랑스 혁명 중 왕가를 호위하다 전멸한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돌아오는 길,

호수 위의 백조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 무리에 뛰어들고 싶어진다.

 

루체른에서 유람선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떠난다.

유람선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감탄에 감탄을 연발한다.

호수 옆 잔디밭에 모녀인 듯한 두 사람이 정답게 책을 보며 놀고 있다.

그들은 무심하게 대화하고 있었지만 이국의 누군가는

그 모습에서 살아가는 생의 감동을 받고 있었다네.

 

아, 우리의 인생은 그래서 값지다네...

 

 

8월 3일(목)

인터라켄은 도착한 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배낭 여행자들에게 인터라켄은 스위스의 깨끗한 자연과 목가적인 여유를 느껴 볼 수 있는

지역이며 융프라우요를 비롯한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가기 위한 거점 도시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여행자들로 붐비는 도시가 인터라켄이다.

 

아침 일찍 유럽의 지붕이라는 알프스 융프라우요 등정을 위해 인터라켄 서역으로 출발한다.

서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요로 떠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오르는 열차다.

 

융프라우요를 오르는 기차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또한 장관이다.

울긋불긋한 들꽃들이 알프스를 수놓고 있다.

중간을 넘어서면 알프스를 뒤덮고 있는 하얀 눈들, 오돌오돌 떨린다.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다.

정상 가까이 다다르자 눈이 펑펑 쏟아진다.

융프라우요 정상에서 보이는 것은 온통 흰 눈뿐이다. 더구나 눈까지 흩날리고...

 

내려오는 도중 눈을 뗄 수가 없다.

두 눈에, 머릿속에 알프스 풍경을 다 담기에 바쁘다.

스위스는 언제 봐도 아름다움 그 자체다.

 

융프라우요를 내려와 스위스 대표 요리인 퐁뒤를 감칠나게 먹고 

오후 4시 기차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발, 저녁 9시에 도착한다.

 

 

8얼 4일(금)

호텔 아침 식사 후 마인강을 따라 박물관 지구를 찾아간다.

<슈타델 미술관>에 들러 렘브란트, 보티첼리, 르느아르, 라파엘 등의 작품을 감상한다.

세잔느의 작품은 찾지도 못했는데 나은이가 제 취향이 아니라며 빨리 나가잔다. 

 

<괴테하우스>와 <뢰머광장과 시청>을 지나 <자일거리>의 쇼핑 센터에 들러 쇼핑을 한다.

쇼핑 후 한국인 식당에 들러 양념불고기를 먹는데 나은이 맛있다고 잘도 먹는다.

그 모습이 귀엽다. 깜찍하다.

 

식당을 나와 뢰머 광장의 야간 길거리 공연을 구경하는데

딸내미는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너무 너무 유럽스러운 그런 분위가 좋단다.

 

강가 옆으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가 밤하늘을 휘황 찬란하게 수놓고 있다.

그냥 갈 딸이 아니다. 놀이 기구를 연속으로 탄다.  

더 타자는 걸 설득하여 마인강변을 따라 호텔로 향한다.

 

강가 가로수가 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다.

가로등은 그 나무들을 밑에서부터 비추고 있고....

 

산들 바람은 속마음까지 시원하게 쓸어가고 있다.

한 젊은 남자가 연인인 듯한 여자를 번쩍 안아들고서 열렬한 키스를 오래도록도 하고 있다.

부럽디 부럽다.

그리움이 물컹물컹 솟아오른다.

 

독일에서의 밤은 그렇게 짧게 여운만 남기고 지나간다.

 

 

8월 5일(토)

프랑크푸르트에서 야간 열차를 타서

아침 7시에 낭만과 자유와 예술의 도시 파리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루브르 박물관>에 간다.

웅장한 규모가 부럽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밀로의 비너스상'을 비롯,'모나리자의 미소' 등을 감상한다.

하루를 봐도 다 못 보겠다.  

 

루브르를 나와 파리에서 가장 이름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들러 쇼핑을 하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물어물어 간다.

10 여년에 왔을 때하곤 많이 달라져 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보는 파리 시내가 훤하다.

 

나은이는 같이 간 언니와 더 구경하고 오겠단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터벅터벅 돌아온다.

 

 

8월 6일(일)

<개선문>을 쉬엄쉬엄 보고

대학로의 길거리 음식점에서 나은이가 먹고 싶다는 이름도 이상한 프랑스 요리를 먹고

<노틀담 성당>, <시청 청사>를 구경하고   <퐁피두 센터>를  물어물어 간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지도를 보여주며 "퐁피두"하는 식이다.

 

<물랑 루즈> 앞에서 일행을 만나 프랑스식 특선 요리인 달팽이 요리로 저녁을 먹는다.

저녁 후 <에펠탑>에 올라 파리 야경을 구경하려 했는데 관람객이 만원이다.

에펠탑 밑에서 그 장엄한 철근을 감탄만 하며 구경하다 세느강 유람선을 타러 '바토 무슈'로 간다.

 

세느강의 유람선을 타고 파리시 곳곳을 구경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1시간 20분 정도 세느강을 따라 가다보면 어지간한 파리의 명물들을 다 볼 수 있다.

한국어로 나오는 방송도 도움이 된다.

세느강변 곳곳에서는 춤 파티는 물론이고 연인들의 애정 행각이 두 눈을 즐겁게 해준다.

더구나 유람선상에서 보는 에펠탑의 불꽃놀이는 가히 환상적이다.

 

파리의 낭만과 자유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8월 7일(월)

9시, 파리 북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 워털루 역에 도착한다.

유로스타는 해저 터널을 통과해 시속 300km로 운행하는 초고속열차다.

파리에서 런던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호텔에 짐을 풀고 지하철을 탄다.

역에서 내려, 걸어서 <빅벤과 국회 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검 궁>,

<호스가드>, <트라팔가 광장>을 돌아보고 <내셔널 갤러리>에 가

유럽 황금 시대의 회화들을 감상한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거개의 관광지가 무료다.

내셔널 갤러리도 물론 무료. 참 좋은 나라다.

 

비운의 다이애나 비와 찰스 황태자가 결혼하여 유명한 <세인트폴 성당>은 별로 볼 것이 없다.

다람쥐 한 마리가 성당 정원을 활개치고 있다.

 

지하철을 다시 타고 <런던탑>과 <런던브리지>를 구경한다.

런던브리지에서 야경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저녁 날씨가 쌀쌀하여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서툰 영어로 저녁을 시켜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8월 8일(화)

늦게까지 호텔에서 자다 딸과 둘이서 점심이 다된 후에야

호텔을 나서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한다.

 

버킹검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려고 했는데 8월에는 교대식을 매일 하지 않는단다.

아쉽다.

 

전통릉 중시하는 영국에서 <캄덴 타운>은 이색 지대다.

히피나 펑크족을 비롯하여 요란한 헤어 스타일이나 의상, 귀걸이, 코걸이 등을 한

개성 강한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가 캄덴 타운이다.

나은이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

우리 나라의 동대문시장과 비슷하다.

딸내미 티 사는데 정신이 없다.

요란스런 헤어와 장신구들을 한 개성파들이 득시글 득시글 눈요깃감으로 제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불친절한 식당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차이나 타운>의 '왕케이' 식당에서 푸짐하게 중국 요리를 먹고

오리지널 런던 뮤지컬 'We will Rock You' 극장 공연을 본다.

공연 후 딸한테 물었다.

 

"어째 볼만하데?"

 

"응, 왜 웃는지 그것만 빼고..."

 

 

8월 10일(목)

런던 게이트 윅 공항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서 환승 후

상해를 거쳐 저녁 8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패키지로는 적지 않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번처럼 배낭 여행은 처음이다.

서로 장, 단점이 있겠지만 배낭 여행이 유익한 것 같다.

혼자 다 알아서 해야 하니 힘들긴 하지만

여행지의 정보를 소상하게 알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이제 또다시 이탈리아나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을 가게 된다면

혼자서도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이것보다 더 큰 수확이 무엇이랴.

 

또한 어리게만 생각했던 딸내미가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벌써 중1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나는 딸이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어린애인 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좌우지간 보름을 비웠더니 할 일, 만나야 할 사람들이 담뿍 기다린다.

마감도 며칠 남지 않았고....

 

근데 왜 이케 잠만 오고 날씨만 더운겨, 시방...

 

 

  2006. 8. 13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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