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스크랩] 무더위 단상

불량아들 2006. 8. 18. 12:09
무더위 단상


태초에,
하느님께서 동물들의 수명을 정해 주실 때였습니다.
가장 먼저 소에게 말했습니다.

"너의 수명은 60년이다. 열심히 일하며 살거라."

소가 생각해 보니까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60년을 일만 하며 살기는 너무 깁니다. 반으로 줄여주십시오."

인자하신 하느님은 소의 수명을 30년으로 줄여주었습니다.

다음은 개에게,
30년의 수명을 주시며 집을 잘 지키라는 임무를 주셨습니다.
근데 개도 30년 동안이나 집이나 지키라니 말도 안 된다며 반으로 줄여 달라고 했지요.
물론 하느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다음은 원숭이,
30년을 재롱을 피우며 살라고 하느님은 말씀하셨지요.
원숭이도 개와 같이 수명을 반으로 줄여 달라고 했고 물론 허락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남았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말했지요.

"사람은 25년만 살아라."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너무 억울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처음 허락하신 인간 수명 25년에 소에게서 남긴 수명 30년,
개에게서 남은 것 15년, 원숭이 것 15년 등 60년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하느님은 허락했지요.

그 날부터 인간의 삶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처음 25년은 참으로 인간답게 삽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용돈 타 쓰며, 학교 다니며 애지중지 살지요, 25년 동안.
그리고 그 후 30년은 소처럼 열심히 일만 하고 삽니다.
그리고 그 다음 15년은 개처럼 집만 지키고,
다음 15년은 원숭이처럼 손자, 손녀들 앞에서 재롱을 피우며 살지요.
이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객적은 소리로 서두를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며칠 전에 인천에 갔다가
“남자 커트 3000원”이라는 문구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샵을 보았습니다.
우울하다 못해 화가 나는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요즘 “인생 뭐 있어, 사는 게 다 그려.”라는 개그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면 요금이나 제대로 받고 사는 미용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는 같은 커트하며 5만원씩 받고, 누구는 3천원, 자존심 지키며 살자구요오.

날씨가 하도 더워서 흰소리 한 번 해봤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꽃을 찾아 나비는 분주하네요.




꽃과 나비

떨리는 가슴으로 당신은 찾아오고
수줍은 온 몸으로
나 그댈
맞이하오

당신은 그러나 잠깐이면 그뿐
할배 때부터 그리해 온 것처럼
옆집 꽃을 찾아가고
하염없는 울림으로 다음날을 기약하오
나는

그러나 그뿐
할매 때부터
그리해 온 것처럼
나는 다시 바위를 뚫고
물을 찾고

할매 때부터
그리해 온 것처럼
내내 일을 해요
내내 떨리는 가슴을 키워요


<뷰티라이프 9월호>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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