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금), 저녁 6시.
서초동 법원 앞 한식당에서 변호사 노릇하는 놈,
대검에서 월급 받는 놈, 또 다른 변호사 짓 하는 놈, 미래에셋 강남지점장 명함 가지고 있는 놈,
잘 생긴 나, 이렇게 다섯이서 뭉친다. 고교 동창들이다.
학교 적 추억 얘기에 다들 광분하고
삼합과 함께 나오는 민속주 맛이 기가 막히다.
술 끊은 나도 어쩌지 못한다.
홀짝 홀짝 마신 술이 나를 이기려 한다. 못 이기는 척 해(?)준다. 헤헤~~
간신히 집에 돌아와 아침까지 뒹굴다 부랴부랴 압구정으로 향한다.
서산 가는 길.
전덕현 중앙회 부회장, 김준홍 홍보국장, 서영민 홍보부국장, 여전히 잘 생긴 나,
이렇게 넷이서 서산으로 향한다.
중앙회 이명구 사무부총장 별장을 찾아가는 중이다.
5년 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우연히 시골 한적한 곳의 별장을 구입했는데
매주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월요일 아침 일찍 올라온단다.
신선 노릇이 따로 없단다.
이 참에 우리가 그 신선 노릇에 합류하기로 했다.
서산군 율곡2리,
소나무의 기품이 살아 있는 곳, 시골의 정은 오롯이 남아 있고,
고추가, 오이가, 가지가,
오리가, 닭들이 활개치며 사는 곳.
몇 백 평이 될 듯한 별장 앞 마당은 온통 새파란 잔디 광장이다.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하늘엔 매미 소리 가득하고, 방아깨비는 발 밑에서 촐삭댄다.
금요일 저녁부터 달였다는 보신탕을 잔디밭에 평상을 설치하고 먹는다.
직접 키운 고추와 마늘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카야~~ 쥑인다.
지는 해와 함께 우리들의 농담도 활기를 띠어 간다.
넓은 잔디밭은 우리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으로 공간을 꽉 채웠다.
속을 비운 소주병은 옆으로 도열하여 그 숫자를 늘려가고...
이한웅 박사가 잠시 다녀가고, 시골의 밤은 더 깊어 간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총.
저 별 중에 가장 빛나는 별 가슴에 안고
잔디밭에 그냥 쓰러져 자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새벽 일찍부터 부산하다.
야생으로 키우는 닭을 잡겠다고 난리다.
모른 척 잠을 자다 일어나니 8시.
차디 찬 물에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린다.
그 사이 닭은 푹 고와져서 식탁 위에서 조신하게 처분을 기다리고 있고,
닭죽이 이렇게 맛있는 줄을 왜 진작 몰랐을꼬.
두 그릇을 비우고 나니 배가 올챙이 닮았다.
올라 오는 길.
우리끼리 모의를 한다.
별장이라는 것이 터가 너무 넓고 키우는 작물이 많으면 힘만 드는 고로,
부총장님을 설득하여 우리가 각자 300평씩 불하 받기로 말이다.
우리끼리 모의하고 우리끼리 좋다고 난리다.
머지 않은 기간 내에 다시 신선 노름하러 가기로
우리끼리 약속하고 또 좋다고 난리치며 헤어진다.
2006. 8. 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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