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행사들도 참 많다.
아침에 출근하면 초청장이 없는 날이 거의 없다.
꼭 참석해야 할 곳이 행사 시간이 겹치면 난감하다.
친소 관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한옥마을 옆 <한국의 집>.
한국고전머리협회 손미경 회장이 주최하는 "제1회 한국 여인의 髮자취 공모전 및 전시회".
1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하는 썩 괜찮은 행사다.
쪽머리, 첩지머리, 새앙머리 등 우리의 전통 머리를 재현해서 전시도 하고
전국에서 응모한 50여점의 작품들을 심사해 시상도 한다.
앙큼한(?) 손미경 회장이 행사가 많은 걸 알고 아예 심사위원으로 선정해 놓았다.
출품한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고 높다.
방송과 신문에서도 취재하느라 분주하다.
오랫 동안 전통머리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더만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기쁘다.
7,8년 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그녀를 만났고
4년 전부터 전통머리를 우리 잡지에 연재하고 있다.
그간 어려울 때나 기쁠 때 밤낮없이 전화하거나 맥주집에서 만나서
적지 않은 술을 축냈었다.
소위 그녀 말마따나 내가 그녀의 매니저다.
심사를 후다닥 끝내고,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하는 <2006 ParkJun's Family Day>에 뒤늦게 참석한다.
매년 연말에 여는 이 행사에는 박준 매장의 젊은 미용인들이 대거 참가한다.
일본에서 온 디자이너의 헤어쇼와 박준 원장의 작품이 선보여진다.
박준미장 전국 직원들의 작품도 부끄럽게, 당당하게 보여진다.
미용을 하는 젊은 미용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박준 원장은 미용계의 보석이라 할 만하다.
박준 원장과는 술을 마시면 그야말로 코가 삐뚤어지게 마신다.
2001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이틀 전에도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
적지 않은 술을 마셨었다.
유학 후 귀국하여 사업이 다시 활발히 진행되어 다행이다.
술을 마실 때마다 적당히 술을 마시자고 서로 약속했었다.
선약이 있어 박준 행사 중간에 슬며시 나온다.
올림픽공원은 가을이 그야말로 절정을 맞고 있다.
바람 부는 대로 낙엽들이 휩쓸려 다닌다. 장관이다.
약속은 잊고 이곳에서 숨바꼭질이나 하며 놀고 싶다.
2006. 11. 15.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