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한 여름밤의 단상

불량아들 2007. 7. 23. 09:26

     한 여름밤의 짧은 생각

 

유명한 고고학자가 있었다.
이 고고학자가 고분을 발견하곤 그 고분의 내력을 알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 그 고분 속에서 발견된 당시의 문자를 도저히 해독할 수가 없었다.

그 문자만 해독하면 모든 게 쉽게 풀어질 것 같은데 만만하게 해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고문자에 대한 방대한 양의 서적들을 싸들고 산속으로 들어가

몇 년 동안 연구한 끝에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
뭐라고 적혀 있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수 천 년 전 어른들의 푸념이었다.


물론 웃자고 한 얘기지만 기성 세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버릇없다.

세대 차이라고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미용계도 마찬가지다.

기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옛 미용인들의 정이 그리울 때가 많다.

식사 때면 밥 챙겨주고 힘들 때 등 두드려주던 할머니, 어머니 같던 손길이 그립다.

취재원을 넘어 훈훈한, 사람 사는 냄새가 났었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그랬었다.

작품이라도 촬영하러 며칠 있으면 가족과 진배 없었다.

세상 사는 재미가 있었다.

밤을 하얗게 새우고도 피곤한 줄 몰랐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진행하는 사람이나...

감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젊은 미용인들을 백안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젊은 감성과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로 우리 미용계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는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열성과 노력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있기에 미용계의 미래가 밝음을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기자는 지나갔던 시절의 그 미용인들이 더 그립다.

천직처럼 묵묵하게 미용을 고수해오던, 자기가 최고라는 오만함과

후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졌던, 정 많던 그 분들이 그립다.

 

옛 미용인의 멋과 현대 미용인의 명석함을 동시에 갖추고 리더십까지 갖는,

제3의 미용인들이 앞으로 미용계를 이끌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을 여름 무더위 속에서 해본다. 
                     
                      


우리들의 그대

 

여보세요,
조심하세요
손대면, 아니 쳐다보기만 해도
큰일나요
그는,
살아 있는 폭탄이 되었어요
물, 불장난은 하지 마세요
저기 오고 있어요
가능한한 빨리 납작 엎드리고
눈을 마주치지 마세요
그는
자글자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도
나무 그늘 밑에 쉬지 않고
대추알 같은 비가 쏟아지는 폭풍우 속에서도
우산을 받지 않아요
단지 눈을 부라리고
중엉중얼거리지도 않고
앞만 보지요
새들의 상냥한 지저귐이라거나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몇 척의 돛단배,
보름달 아래 지천으로 피어 있는 배꽃,
포플러 잎의 반짝거림도
그의 마음을 돌려 놓진 못해요
다만 도시를 날려버릴 듯한
위풍당당함으로
우리를 쫓지요
여보세요,
조심하세요
나그네처럼 재빨리 숨으세요
가능한한 납작 엎드려서 그가 지나가길 기다리세요
그가 또 언제 올지 나는 몰라요

 

<뷰티라이프>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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