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봄에 기대어

불량아들 2008. 3. 19. 10:13

      봄에 기대어

 

화창한 날의 연속입니다.

창문을 비추는 봄 햇살이 마음속으로부터

희망을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이들의 삶이 이런 햇살 같은 날들의 연속이기를 빌어봅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이기심도 녹아들고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계절 좋은 춘삼월에 가져봅니다.

우정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카알라일은 19세기 영국에서 제일로 치는 철학가요 사상가입니다.

그의 저서 <프랑스혁명사>는 불후의 명저로 알려져 있지요.

카알라일이 젊은 시절 심혈을 기울여 <프랑스혁명사>1권의 원고를 다 쓰고

감격하여 그의 절친한 친구인 존 스튜어트 밀에게 달려갔습니다.

밀은 철학자로 유명한 제임스 밀의 아들인데 그에게

허물없이 비평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집에 원고를 놓고 갔지요.

밀은 자기 공부도 할 겸 스스럼없이 친구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런데 카알라일의 원고는 닥치는 대로 원고지에 썼기 때문에 지독한 악필이었습니다.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말입니다.

밀이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식모가 서재를 정리하다가

폐지인 줄 알고 난로에 원고를 넣어버렸습니다.

밀이 다시 그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새파랗게 질려버렸습니다.

난로에는 소중한 원고가 잿더미로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얼마나 애쓰고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원고인 줄 알기에 밀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카알라일을 찾아간 밀은

백 배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한편 제 1권을 완성하고 2권 째를 집필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던 카알라일은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서도

친구를 위로했습니다. “괜찮아 친구야, 원고는 다시 쓰면 되지.”

위로하면서도 그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새롭게 2권을 쓰기 위해 1권을 쓰면서 준비했던

참고 자료들도 다 내다버린 뒤였기 때문입니다.

 

애처로운 눈빛의 밀을 억지로 타일러서 보내고

카알라일은 옆의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어이구, 저 녀석 불쌍하게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네.”

그렇게 말하는 카알라일의 얼굴이 더 새파랗게 질려 있는 걸 부인은 보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카알라일은 온밤을 하얗게 새우며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나 심기일전,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참고 문헌을 모으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프랑스혁명사>는

지금까지 불후의 명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봄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이런 우정과 사람 사는

훈훈한 정이 아지랑이 마냥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봄의 기운이 우리와 우리,

이웃 사이의 두꺼운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봄꽃

 

그대 그리움

‘툭’ 꺾어진 자리

 

그대 눈물

‘뚝’ 떨어진 자리

 

봄꽃 한 송이

대신 피었네

 

<뷰티라이프> 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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