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아홉 돌에...

불량아들 2008. 7. 28. 10:16

아홉 돌에...

 

촛불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루 하루가 더디게 더디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민 가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에서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아야지 어떻게 타국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나?’하는 생각으로

그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가치관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해 왔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기자는 하나 밖에 없는 딸내미를 데리고

내일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납니다. 딸의 유학을 위하여...

물론 기자는 사흘 후에 돌아오지만, 지금 기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지가 7월호를 맞이하여 창간 9주년을 맞습니다.

9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고 자부하며 한편으로는 부끄러움도 느낍니다.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우리만큼은 후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초심을 잊지 않고 잡지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일 겁니다.

잡지를 만들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과 정도(正道)라고 기자는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을 상기하면 균형 감각을 무시해야 하거나

정도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요구하는 유혹이 몇 번 있었음을 반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케도 이런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고

그것은 미용 언론은 미용인의 자존심이라는 공인 의식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미용 언론도 같은 미용인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격려와 충고,

마음으로부터 정을 베풀어주신 미용인들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기자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잡지만큼 미용인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있는 매체가 있느냐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움도 많이 느낍니다.

지금 미용계는 사상 유례없는 불황의 터널 속에 있습니다.

기자는 미용계 불황의 원인 요소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힘을 모아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저가 경쟁을 못 말렸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의 커트 가격이 지금도 그 가격 그대로라면 말 다하지 않았나요?

미용 언론 매체로서 캠페인을 한다든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경험을 되살려 볼 때 미용계에서 저가 경쟁으로 살아 남은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가 정책으로 저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까지 힘들게만 했음을 쭈욱 보아왔습니다.

하기사 현재 미용 매체에서조차 ‘일천냥 하우스’라든지 ‘미용 잡지의 블루클럽’이라는

우스갯소리로 통하는, 단돈 천 원에 대리점에 납품하는 잡지들이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고 위로하고 싶지만 미용 매체를 같이 만들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욱 부끄럽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본지가 창간 9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미용 현실입니다.

자부심은 더욱 살리고 부끄러움은 더욱 크게 간직하겠습니다.

초심을 잊지 않고 어리석을 만큼의 정도 경영으로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전국의 미용인들께

마음으로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도 9주년 창간호를 만들면서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이완근alps0202@hanmail.net

 

 

메시지

 

술 마신 새벽마다

세상살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대에게

보내는,

 

성의 없는

그대의

그러나

답신 없는,

 

<뷰티라이프>2008년 7월호

'뷰티라이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 정 뺏지 않기  (0) 2008.08.20
글 읽는 재미  (0) 2008.07.28
미용은 ( )이다  (0) 2008.05.26
미용업 영업신고 개선 방안 유감  (0) 2008.04.23
봄에 기대어  (0) 200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