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글 읽는 재미

불량아들 2008. 7. 28. 10:24
글 읽는 재미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은 살릴 것이란 믿음을

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무능만을 드러낸 채 표류하고 있고,

현대라는 거대 회사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전화를 끊어 놓고 장사를 했습니다.

일본은 독도를 또 걸고 넘어옵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런 때 신기루와 같은 시 한 수와 기막힌 해설을 읽습니다. 

혼자 감탄만 하고 있기 아까워 애독자 여러분께 크게 읽어드립니다.

역시 세상은 이런 좋은 글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합니다.

 

반성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김영승-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라는, 술꾼들 사이에서 횡행하는 '강제'가 있다.

술자리에 늦은 사람은 술 석 잔을 거푸 마셔 일찍 온 사람들과

어느 정도 취기를 맞춰야 한다는 화류계의 불문율이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따르고 싶지 않은 강제지만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취기가 다르면 언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달라지면 같은 의미를 얘기하는 데도 서로 이해가 엇갈려 쌈 날 수 있다.

싸움 중에서도 제일 한심한 싸움이니 술 석 잔으로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싸움을 피해 보자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어떤가? 이 시는. 설명이 필요 없다.

시가 너무 뻔한 얘기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김영승의 시는 사람들의 말문을 닫아 버리게 만드는 독특한 정황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김영승은 시의 천재다.

세상에 숱하게 많은 시인이 있지만 유독 김영승에게는

시인이란 말이 무슨 왕관처럼 들린다.

나는 그처럼 시인이란 칭호가 잘 어울리는 시인은 본 적이 없다.

가는 김에 좀 더 나가자. 시인이란 칭호는 오직 김영승을 위해 존재한다.

그의 시가 내뱉는 독설, 자지러지는 해학, 박학한 지식, 이런 것들을

그처럼 자유자재로 시에 풀어 놓는 시인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라는 바다에서 놀고 있는 한 마리의 물고기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있겠는가? 그는 그런 시인이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나는 김영승의 시를 읽는다.

특히 어젯밤 마신 술이 '웬수' 같은 아침에는 특별히 이 시를 찾아 읽는다.

그러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하고 각오했던 바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빙그레 웃음이 나며 다시 술을 마실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취기가 그립다.(함성호 시인)

 

짜증 나는 이 여름, 김영승의 익살과 함성호의 곁부침이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언제 술 한 잔 하시지요.

 

                        이완근alps0202@hanmail.net

 

 

핑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책 몇 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책 주려고 쿠알라룸푸르 행 비행기표도 예약했다

 

<뷰티라이프>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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