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바보같이 살기

불량아들 2009. 2. 19. 10:37

       바보같이 살아가기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들입니다.

말 잘하는 정치인, 똑똑한 정부 인사들이 많은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태어나자마자 일류 유치원에서부터 일류 대학까지,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비싼 사교육에 등허리 휘지 않는 부모가 몇이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너무 똑똑해서 탈인 모양입니다. 바보스러움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하기사 옛말에 ‘큰 어리석음은 큰 슬기로움과 통한다’고 했습니다.

 

바보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의 한 대학에 A와 B 두 교수가 있었습니다.

두 교수는 절친한 사이였지요.

A교수는 총각이었고 B교수는 아리따운 부인이 있다는 것 빼고는

두 사람은 인품이나 성격 면에서 비슷했습니다.


하루는 B교수가 A교수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하숙 생활하는 그에게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서였지요. 저녁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B교수의 상냥한 부인은 남편의 친구를 위해 정성껏 음식도 장만했지요.

저녁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이

천둥 번개가 치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폭풍우는 그 기세를 더해 갈 뿐이었습니다.

밤은 이미 늦었고, B교수와 그 부인은 A교수에게 자고 갈 것을 간절하게 권했습니다.

상냥한 B교수의 부인은 2층에 정갈한 이부자리까지 마련해주었습니다.

처음엔 사양하던 A교수도 친구와 그 부인의 따뜻한 마음씨에 하룻밤 신세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친구인 A교수를 2층 방에 들여보내고 얼마 뒤 B교수는

불편 없이 잘 자고 있나 싶어 살며시 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부인과 함께 그의 이름을 불러대며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집이 낯설어서 다른 방에 가 있나, 몸이 안 좋아서 화장실에라도 갔나, 한참을 부산을 떨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면서 비에 흠뻑 젖은 A교수가 보따리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들어옵니다.


“아니 어딜 갔다 오는 길이요?” 부부가 합창하듯 물었습니다.


“자고 가라고 하시기에 자려고 했는데 난 내 잠옷이 없으면 못 자거든요.

그래서 하숙집에 가서 잠옷 좀 가져오느라고요.”


바보들이 사는 세계는 이렇게 정이 넘쳐납니다.

세상이 하도 잘나고 영악한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더 끌리는가 봅니다.

천재와 바보의 다른 점은 천재는 바보 흉내를 낼 수 있어도 바보는

천재 흉내를 낼 수 없다는 말은 이제 고쳐져야 합니다.

천재들이 내는 바보 흉내는 그저 흉내일 뿐이니까요.

바보들의 순수함까지 어떻게 천재들이 흉내낼 수 있을까요.

때로는 바보스럽게 사는 것이 어지러운 세파를 살아가는

최고의 지름길일 것이란 생각을 바보스럽게 해봅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꽃샘 술

 

출근하다,
홀딱 벗고
벌벌벌 떨고 있는
나무,
겨울나무를 본다

 

암만,
그래도 넌
머지않아
가지 마다마다에
새싹을 틔우리라

 

즈랄,
밤새 나무 떨고 있을 때
밤새 꽃샘 술만 마셨다

 

 <뷰티라이프> 200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