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고향, 그 아련한 추억

불량아들 2010. 2. 22. 10:45

    고향, 그 아련한 추억

 

이번 설날에도 2600만이라는 인구가 고향을 찾아 이동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를 고향으로 유인하는 동인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인간에게 있어 고향이란 어머니의 품에 다름 아닌가 봅니다.

고향은 어릴 적의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동화책이며 그리움이 대상이기도 하지요.


설을 맞아 기자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았습니다.

어른이 되고 난 다음의 고향 산천은 한 줌 흙, 한 갈래 고샅길 정겹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봄이 오면 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 먹기도 했으며

앞산, 뒷산 골짜기를 뒤지며 고사리와 산나물을 캐기도 했습니다.

생각나네요,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뒷산에 올라

“아가야 이리 와. 꽃 따줄게.”하고 목청껏 소리 지르던 시절...

 

진달래꽃으로는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온 가족이 툇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부쳐 먹는 진달래 화전 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할머니, 아버지는 뚝배기 막걸리도 옹골차게 드셨지요.

아이들은 감꽃을 주워 실에 매달아 말려 먹기도 했고 고샅길에선 술래잡기에 해 지는 것도 잊었습니다.


여름이면 동네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나가 헤엄을 쳤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하는 수영은 백 배, 천 배 더 즐거웠습니다.

헤엄을 치다가 지칠라치면 수박 서리를 했지요.

서리한 수박으로 배가 불룩해지면 자갈밭에서 신랑, 각시 빠끔살이 놀이를 했고,

메기와 붕어를 잡기도 했습니다.

개구쟁이 사내 아이 몇 녀석은 수영하는 여자 아이들의 옷을 훔치기도 해서

발가벗고 울면서 집으로 향하는 계집아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지천으로 깔린 게 먹을거리였습니다.

밤이며 대추, 감까지 나무마다 주렁주렁 성찬을 이루었지요.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나가 이삭줍기를 했고

빨갛게 물든 감나무 잎을 차비로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메뚜기는 한 주전자씩 잡아 볶아 먹기도 했습니다.

 

오후 햇살이 지치기 시작할 때쯤엔 각자 소를 몰고 ‘소 풀 뜯기기’를 했습니다.

낫질을 잘하는 아이들은 꼴을 베기도 했지요.

집 앞마당에서는 동네 어른들이 모여 콩 타작이며 벼 타작에 시끌벅적했습니다.

홀태로 훑어진 벼가 마당에 가득 쌓일 때쯤 머리에 꽃을 꽂은 아랫집 순례는

여지없이 나타나 훼방을 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 후 순례는 뒷산에 하나의 돌무덤만을 남겨 놓았고...


겨울이면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른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기도 했고,

아이들은 썰매를 타다가 팽이를 돌리다가 양지쪽에 모여 쌈치기를 했습니다.

눈이 오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산으로 토끼잡이를 갔습니다.

토끼는 구경도 못하고 옷만 후질러서 돌아오면 어머니들은 ‘토끼가 너희를 잡겠다.’고

핀잔 아닌 핀잔을 했습니다.

 

정월 보름이 오면 푸대를 하나씩 둘러매고 오곡밥을 얻으러 가가호호 방문했지요.

각자 얻은 오곡밥은 마을 회관에 모여 오순도순 나눠 먹었지요.

저녁이면 쥐불놀이, 불깡통싸움에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신나기 그지없었고...


이렇게 세월이 가고 시간이 흘러도 고향은 그 아련한 추억을 몽땅 간직하고 있다가

다시 찾으면 그 보따리를 다시 풀어놓겠지요?

할머니가 어젯밤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 해주시듯이.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꿈
 
언제나 저녁 비둘기는 대밭을 날아올라
태양이 저물어가는 서쪽 산꼭대기로 향했다
저녁노을이 빠알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동네 아이들은 소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
날파리조차 쫓기 싫은 배부른 소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꼬마들은 돌멩이를 강가 저 멀리까지 날렸다
버들강아지로 휘파람을 불어제끼기도 했다
해가 기울어 소를 앞세우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뒤꼍에서 장작을 패고 계셨고
어머니는 저녁 감자를 가마솥에 삶고 계셨다
멍석 깔린 앞마당엔 저녁상이 놓였고
외양간의 소는 큰 눈만 껌벅이고 있는데
한 대 얻어맞은 바둑이는 모깃불 옆에서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꼬리만 흔들고 있었다
저녁을 마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하나 둘씩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서도 아이들은 할머니 꿈을 꿨다
그리고 어른이 된 오늘도 꿈을 꾼다. 아련하게 또렷하게

 

<뷰티라이프 201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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