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가을 단상

불량아들 2011. 8. 29. 14:25

가을 단상

 

아침, 저녁으로 가을 냄새가 물씬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 맑은 햇빛을 받으며 걸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가을입니다.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분명 남자의 계절이지요.

언젠가 학교 다닐 적, 기차를 타고 가다 황금 들녘 길을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시골 여학생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상은 오랜 세월 동안 제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얀 카라의 검은색 교복과 들녘의 황금 물결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지요.

가을이 아니면 자아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가을하면 시골 언덕 곳곳에 피어 있는 들국화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골에 갓 시집온 새색시 마냥 지천으로 피어 있던 들국화는

꾸미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던 조선의 여인, 그 자체였습니다.

코스모스는 또 어땠나요!

신작로 양 옆으로 줄지어 줄지어 팔랑거리던 코스모스는 예쁘고 예쁘고 또 예뻤지요.

 

가을은 뭐니뭐니 해도 결실의 계절입니다.

들판과 산 어디에도 풍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논에서는 머리 무거운 벼가 황금 물결을 이루며 춤을 췄고,

밭에서는 수박과 참외가 익어 갔고, 텃밭에서는 고추와 가지와 오이가 영글어 가고,

뒷산에서는 밤이, 언덕배기 감나무에서는 감이 빨개지고 있었지요.

산골짜기에서는 머루와 다래, 으름이 덩달아 살을 찌워갔었고....

 

가을에는 추석이 행복을 안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석엔 운동화를 얻어 신을 수 있었고 때로는 형, 언니 것이 아닌 까까옷을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추석엔 객지에 나가 있던 식구들이 선물꾸러미를 가득 안고 모였지요.

그때 들었던 도시이야기는 동경의 대상이자 꼬마들의 장래에 희망의 돛을 달기에 충분했지요.

 

아, 가을입니다.

이런 가을이면 메마른 어떤 이의 마음속에도 사랑이 피어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가을을 부여잡고 우리 즐거운 상상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을래요?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그 여자

 

카스를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네

걷기를 즐겨하고 웃기를 자주하고

그림을 사랑했던 여자

 

그러나 세상에 비켜 서 있던 여자

그러나 눈물 흘리지 않던 여자

 

비가 비실비실 오던 날

내게 비실비실 다가오던 여자

바람이 휑하니 불던 날

내 마음속에 휑하니 나타났던 여자

터벅터벅 걷던 나에게

터벅터벅 걸어왔던 여자

 

내 마음속에 징검다리 하나

튼실하게 지어놓은 여자

 

<뷰티라이프>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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