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아름다운 시 세 편

불량아들 2011. 12. 1. 14:05

 

아름다운 시 세 편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 역사의 뒤안으로 꼬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2011년은 우리 사회 안팎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미용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미용인들께 환한 웃음을 주지 못한 올 한해였습니다.

그렇다고 얼굴만 찌푸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힘든 모든 미용인들께 아름다운(?) 시 세 편을 선물합니다.

역시 좋은 글, 좋은 시는 우리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마력 같은 힘이 있습니다.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생각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추석 무렵 -김남주-)

이 시는 한 장의 그림입니다. 훤하게 보이시지요?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귀밑 째지도록 웃고 있는 시골길을 갑자기 기자도 걷고 싶어집니다.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어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습니다

(좋은 풍경 -정현종-)

얼굴이 빨개진다구요? 그러면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후끈 달아오르는 남녀상열지사, 우리 삶에도 이처럼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호호호 웃는다/ -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운 밤 얻어먹겠네

(잠지 -오탁번-)

요런 녀석을 둔 엄마, 아빠는 참 대견하겠습니다.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지요?

옮기다 보니 멋쩍어지기도 합니다만 우리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 쓴 시들은

가슴으로 확 다가오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처럼 좋은 시를 선물하게 돼 기자도 기쁩니다.

새해엔 다들 웃음 잃지 않는 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산에 올라

 

심란할 때 산에 오르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심란할 때 산에 오르네

 

산에 오르면

집이 장난감 같고

자동차가 장난감 같고

길과 나무가 장난감 같고

실개천이 장난감처럼 흐르고

세상 모든 것이 장난감이네

 

산에 오르면

장난감 같은 세상

사랑 때문에 사랑앓이 하지 말고

끼니 때 배곯지 말고

미움 때문에 사람앓이 하지 않기를,

 

산에 오르니

내 마음도 산이 되네

 

<뷰티라이프> 20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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