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3개월
한 개그우먼이 있었습니다.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언니가 한 분 있었는데 심심하다며 병원에 갈 때마다 같이 다녔습니다.
어느 날 언니도 무릎이 아파 검사를 받아보니 환자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자매는 그 후로도 계속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서로 우린 병신 자매라며 낄낄거리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두 자매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두 병신 씨 들어오세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두 자매는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병신이라니...
언니가 말했습니다.
“둘이 무릎 아픈 것도 서글픈데 두 병신이라니요. 너무 하신 것 아니에요?”
“조명신 씨 들어오라고 했는데요”
의사의 대답에 두 자매는 무안해서 창밖만 보았대나 어쨌대나...
기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발을 짚고 다닌 지 3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뜨거운 여름에 고생이 말이 아니었지만 나름 세상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
마냥 억울하지마는 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가장 불편할 때가 지하철을 탈 때입니다.
노약자석으로 가면 어르신들이 불편하실 것 같고
그렇다고 좌석이 있는 곳으로 가면 젊은 사람들이 좌불안석입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핸드폰에 열중하거나 자는 척을 합니다.
슬금슬금 눈치 보는 모습이 여간 짠해 보이지 않습니다.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은 거개가 연세 많으신 분들입니다.
동병상련이라고 아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한참을 씨름하고서야 마지못해 자리에 앉지만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다리를 다치고서야 세상살이의 인심을 다시 느낍니다.
물론 몇 정거장이야 그냥 서 갈 수도 있지만 목발을 하고
균형을 잡고 서 있기가 보통의 고역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젊은이들이 얄밉기까지 합니다.
눈치 볼 시간에 자리를 양보하고 말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먼 곳에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러 오는 청년도 있습니다.
예쁜 소녀도 있습니다.
얘기가 많이 샜습니다.
되도록이면 우리 주변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살펴봐야겠다는 것이
지난 3개월 동안의 교훈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세상살이를 좀 더 값지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느낀 만큼 보이는 법인가 봅니다.
목발 3개월에 느낌도 참 많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의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쳐보라고 할 수도 없고, 기자가 지금 다 나은 것도 아니고...
봉사가 문고리 잡은 격입니다.
그나저나 모두들 건강 조심하셔요.
뭐라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입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맛있는 풍경
팔월 늦여름
잡풀이 우거진 아파트 공원 후미진 곳
남녀 한 쌍이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하더니
방금 들려오는 소리가
지렁이 울음소리네 아니네 하며
한바탕 웃음바가지를 쏟아내더니
이내 한 입술이 된 두 사람
무성했던 풀벌레 소리 잠시 멈추고
바람도 휘돌아가네
<뷰티라이프> 201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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