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봄봄

불량아들 2013. 5. 6. 14:21

봄봄

 

봄날 버스를, 또는 기차를 타고 세상을 환하게 수놓고 있는

꽃을 보는 재미는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녘을 보면 당장 쟁기라도 짊어지고 밭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봄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하든가요!

우리 미용계에도 지금의 봄날처럼, 봄꽃처럼 환하게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지고 있습니다/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일 마음 같진 않지만/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가진 것 다 잃어버린/저기 저, 발가숭이 봄!/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봄날은 간다/김종철)


오신 님, 오신 시간은 시간이 지나면 다 가게 됩니다.

봄도 마찬가지겠지요.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나요?

혀끝에서 먼저 꽃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틀림없이/힘이 셀 거야/할머니한테 끌려 다니던 염소/뿔 두 개 달더니/

할머니를 끌고 다니잖아/틀림없이 봄은/고집이 셀 거야/봄이란 글자를 잘 봐/

뿔 달린 염소처럼/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봄/곽해룡)


어디 염소뿐이겠습니까.

봄은 그 누구보다도 힘이 세지요.

얼어붙었던 우리 마음까지 녹여주는 게 봄 아니면 또 누구겠습니까.

 

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추운 겨울 다 끝내셨습니까?

아직도 진행 중이시라고요?

마음을 먼저 열어놓으세요, 봄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봄은 봄이로되 아직 봄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했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아름다운 시들도 봄이 아름답다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그만한 인내도 필요합니다.

우리 미용계 모든 분들께 환한 봄날 같은 날들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봄의 침묵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19호 아주머니가 막걸리
세 통을 들고 초인종을
누릅니다 나는 초인종 소리가
싫습니다 막걸리 한 통이 초인종을
누릅니다 그녀에게도 고민은
많습니다 듣다보니
산적합니다 내 골칫거리보다도
많습니다 술을 따르는 그녀의 손등이 형광등 아래
빛납니다 가만히 껴안아줍니다

 

밖에서는 벚꽃 영그는 소리 여간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습니다 그녀의 전율이 내 젖꼭지에
전선 위의 참새처럼 다가옵니다

 

내 고민이 뭔지 아니?

 

<북치는 소년> 시집 위에 따르다 만 막걸리 반 통이
바람소리를 내며 놓여 있습니다
내 혀는 그녀의 자궁을 향해 고래처럼
질주합니다 석양이 노랗게 물드는 게
보입니다 사자는 초원 위에서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파르르 파르르 떠는 손끝을 보며 고민을
생각합니다 마침내 그녀가 내 눈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녀의 가슴만을
애무합니다

 

밖에서는 봄꽃 피는 소리 요란하고
석양은 노오랗게 물들었습니다

 

나도, 그녀도 고민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습니다 
봄날이 다 가도록 침묵합니다   

 

<뷰티라이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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