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14주년

 

본지 창간 14주년

 

무더위의 연속이다.

토요일, 모처럼 아파트 거실에 대나무 돗자리 펼쳐놓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살랑바람에 온몸을 내맡기고 클태(太) 자로 누워 시집 읽는 재미가 쏠쏠타.

사내는 모름지기 큰대(大)자가 아니라 클태자로 눕는 법.

한나절을 그렇게 뭉기적거리며 밥에 물 말아먹다가 시골의 어머니께 전화를 한다.

한참 동안 뜸을 들인 후 전화 속 어머니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집에 아무도 없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이제 밭에서 막 왔다. 점심은 어떡했냐?”

 

지천명을 넘긴 아들내미 끼니 걱정부터 앞서는 어머니시다.

 

“먹었지요. 근데 아직까지 일했어요. 인자 좀 쉬시라니까요.”

 

차마 아직 점심을 못 먹었다는 말을 못하고 얼렁뚱땅 넘긴다.

아들 입장에서 이제 일 좀 그만하셨으면 싶다.

논은 선자 주고 밭일도 먹을 것만 하라는 데 막무가내시다.

무릎도 성치 않으신 모양인데 시골에서 여가 생활 요량으로 먹을 거나

운동 삼아 했으면 좋으련만 밭일이며 논일이며 대충하시지를 않으신다.

 

“밭에 풀이 자라는데 어찌 보고만 있겠냐. 남들이 욕헌다.”

 

밭에 풀이 자라면 남들이 욕한다고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꾸부정한 허리로 뜨거운 지열을 이겨내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이번 7월호가 본지 창간 14주년 기념호다.

1999년 7월에 창간했으니 14년을 어지간히 달려온 거다.

척박한 미용계 환경에서 14년을 버텨왔으니 어찌 생각하면 참 대견한 일이다.

통권으로 치자면 169호 째다.

여러 말 하기보다 묵묵히 정석대로 해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욕심 내지 않고 ‘밭에 풀이 자라면 욕 듣는 것’을 알고 있는

시골 사람들 같이만 살고 싶다.

14년 동안 조언과 충고 그리고 격려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욕심을 내자면 처음의 뜻을 잊지 않도록 사랑과 관심을 앞으로도 계속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리라고 또한 굳게 믿고 싶다, 믿고 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비가 오는데

 

 

 

비가 오는데

술 마시는데

 

 천

      지

 사

     방

 

그리움이다

빗방울이다

전선 위에

나무줄기에

 

술을 먹는데

비가 오는데

 

<뷰티라이프> 201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