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불량아들 2013. 7. 10. 11:14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1962~)-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 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이달부터 연재하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첫 번째 시는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긴 시보다는 짧은 시를 좋아합니다만 이 시는 예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을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시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예술의 근원은 감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모성애는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좋은 재료(?)입니다.

 

해설이 필요 없는 쉬운 시이니까 한 번씩 천천히 읽어 보시지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감동이 저절로 전해 옴을 느끼시겠지요?

좋은 시는 이러한 시입니다.

과장이나 비비꼬지 않고도 우리에게 긴 감동의 여운을 줍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모두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다름 아닙니다.

힘들게 살아오셨으면서도 자신의 입으로는 맛있는 것 하나 제대로 사먹지 못합니다.

자식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볼 때 기쁨을 느낍니다.

혼자 사는 아들이 마냥 애처롭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의 부모님 또한 그러셨지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시인은 어머니의 정만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가는 음식점 주인 아저씨의 마음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아직은 정이 많음을, 살만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살포시 드러냅니다.

이 시를 읽으며 저는 시인이 내는 땀은 어쩌면 심장이 내는 눈물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함민복 시인은 저와 동갑입니다. 1962년생 호랑이 띠지요.

주옥같은 시들을 많이 쓰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몇 되지 않는 전업 시인입니다.

몇 년 전에 강화도에 들어가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있지요.

시를 좋아하거나 시 쓰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선천성 그리움’, ‘’, ‘서울역 그 식당 등 많은 그의 시를 권합니다.

읽지만 마시고 그 시를 직접 따라 써보는 방법도 시 창작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팁으로 드립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 M> 201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