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詩人學校-김종삼-

불량아들 2013. 7. 29. 13:09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2)

 

詩人學校 -김종삼(1921~1984)-

 

公 告

 

 오늘 講師陣

 

 음악 部門

 모리스 · 라벨

 

 미술 部門

 폴 · 세잔느

 

 시 部門

 에즈라 · 파운드

 모두

 缺講

 

 金冠植,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 지름. 持參한 막걸리를 먹음.

 敎室內에 쌓인 두터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金素月

 金洙映 休學屆

 全鳳來

 金宗三 한 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브르그 협주곡 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두 번째 시는 김종삼 시인의 시인학교입니다.

김종삼 시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대학에 막 입학하고 나서 김종삼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었는데 얼마나 그 감동에 젖었었던지!

민음사에서 나온 <오늘의 시인총서15>번으로 간행된 <김종삼시선·북치는 소년>

밤을 새워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여백과 잔상의 미학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김종삼 시인의 시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하지요. 이 시 또한 그렇습니다.

한자와 인명이 많아 시인학교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찌 보면 김종삼 시인의 쉬운 시에 해당합니다.

 

시인학교에 공고가 붙었군요.

음악은 모리스 라벨, 미술 시간은 폴 세잔느, 시는 에즈라 파운드 선생입니다.

각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천재들입니다. 이런 학교가 있다면 당연히 입학해야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 선생님 모두 결강하셨네요.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니 강의할 시간이나 있었겠어요.

그렇다고 우리 문학사상 3대 기인에 속하는 김관식 학생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요.

욕과 함께 지참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당연지사.

청소를 하지 않아 책상 위에 쌓인 먼지는 햇살을 받아 다정스럽게 빛나고 있네요. 가슴 뭉클하지요?

 

김소월과 김수영 학생은 휴학계를 냈네요.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서였을까요?

아니면 수업료가 없어서?

아무튼 휴학계를 내고 빠지면 남아 있는 학생들은 허전할텐데요,

그것도 아니군요.

음악을 좋아하는 전봉래, 김종삼 학생은 태연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브란덴브르그 협주곡

5번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네요.

애잔하며 평화롭습니다. 정답습니다.

 

이처럼 스승이나 학생 모두 대가들이 모인 시인학교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우리는 레바논하면 전쟁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실제로 레바논의 산야는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합니다.

저는 여태껏 레바논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래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더욱이 이런 시인학교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런지요!

 

세계적인 거장들이 음악과 미술과 시를 가르치고,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이 학생으로 있는 곳,

욕설과 술판이 난무하고 음악이 어우러지는 곳,

인간적인 교감이 햇살에 반짝이는 곳,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을 이런 시인학교,

꼭 입학해보고 싶지 않나요?

 

시 한 편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해놓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시인의 능력이지요.

 

끝으로 이 시를 이해하는데 필수가 될,

시에 나오는 인물들을 인명사전에서 찾아보시는 것도 삶을 살찌우는 한 방편이 될 듯싶습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3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