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1948~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세 번째 시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입니다. 읽다 보면 마음속에 옹골지게 다가와 전율을 느끼게 하는 시가 있습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이 시도 그런 시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아름답거나 황홀한 장면을 보면 누군가 하고 같이 느끼고 싶은 심정을 가집니다. 가을 새벽에 들리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보름달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배꽃을 보며 이 황홀함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이번 달에는 우리의 명절 추석이 있습니다. 어릴 적 추석은 희망과 기다림의 대상이었지요. 타지에 나가 공장에 취직하고 있는 누나며 형들이 바리바리 선물을 싸들고 오는 날이 추석이었지요. 운동화, 종합선물세트 과자 꾸러미가 온 가족을 행복하게 했지요. 고등학교를 못 마치고 취직 나간 여자 동창들을 보는 것도 추석이었습니다. 추석이 아니더라도 보름달은 우리의 마음을 마냥 설레게 합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닐 테지요. 더구나 그 전화는 단순한 안부 전화는 아닐 터. 그리움이 흠뻑 젖어 있는 목소리겠지요. 달이 떴다는 것은 핑계일 뿐, 그리움의 표현이겠지요. 이러니 신나고 근사한 일 아니겠어요?
설령 간절한 그리움이나 사무쳐오는 연정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달을 보고 전화를 했다는 것은 더욱 신나는 일이지요. 사랑의 또 다른 서곡일지도 모르니까요. 달빛은 나의 연정을 산 아래 작은 마을 어디에선가 그 달을 보고 있을 그대에게 보내는 신호지요. 그러니 신나는 건 나만이 아닙니다. 전화를 받는 나나 전화를 하는 그대나 이 달빛 아래에서는 물아일체지요.
그러나 시가 마냥 흥에 겨워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시인은 시선을 잠시 바꿔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러나 그 가라앉힘은 내면에서는 행복함을 증폭하는 지렛대가 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이런 데도 달이 떴다고 서로에게 전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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