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
“응”
-문정희(1947~ )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열 번째 시는 문정희 시인의 ‘“응”’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아서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존대어를 또박또박 잘 바쳐 쓰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버릇없게 굴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린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때론 귀엽게 보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글 중 ‘응’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을 교감케 하는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울림소리인 것 같습니다.
시인이 말씀하신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가 바로 ‘응’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이 ‘응’일진대요.
‘응’이라는 단어는 천상과 천하를 잇는 대표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
그 사이를 잇는 존재 ‘ㅡ’가 인간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두 세계 ‘ㅇ’과 ‘ㅇ’을 사람(ㅡ)으로 이으니 ‘응’이 되는 이 기막힌 셈법!
천상 천하를 하나로 잇는 이 절묘한 단어, ‘응’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잊고 지내온 친구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 한 번 합시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건강하냐고 안부해서
“응”이라는 대답을 꼭 듣도록 합시다.
그래서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응,응,응 소리
동그랗게 동그랗게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히 울려 퍼지게 합시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M>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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