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응"-문정희-

불량아들 2014. 3. 28. 11:30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

 

 

    

-문정희(1947~ )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열 번째 시는 문정희 시인의 ‘“”’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아서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존대어를 또박또박 잘 바쳐 쓰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버릇없게 굴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린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때론 귀엽게 보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글 중 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을 교감케 하는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울림소리인 것 같습니다.

시인이 말씀하신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가 바로 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일진대요.

 

이라는 단어는 천상과 천하를 잇는 대표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

그 사이를 잇는 존재 가 인간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두 세계 을 사람()으로 이으니 이 되는 이 기막힌 셈법!

천상 천하를 하나로 잇는 이 절묘한 단어,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잊고 지내온 친구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 한 번 합시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건강하냐고 안부해서

이라는 대답을 꼭 듣도록 합시다.

그래서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응,응,응 소리

동그랗게 동그랗게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히 울려 퍼지게 합시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M>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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