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6)
꼬마 조문객
-김주대(1965~ )
서러운 분단 민족의 큰 지도자가 돌아가셨다.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고 애도하였다. 장례식장으로 한 꼬마가 들어섰다. 의아하여 장례위원 중 한 사람이 꼬마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꼬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철 타고 왔어요.”
학교 선생님이라는 아빠를 따라온 꼬마에게 장례위원은 아빠가 무슨 선생님이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조용하게 대답했다. “담임선생님이요.”
장례위원은 추모게시판 앞에 선 꼬마에게 할아버지 가시는 길에 한 마디씩 쓰는 거라고 안내하며 광주 망월동 묘지로 가신다고 말해주었다. 꼬마는 생각에 잠기더니 연필을 들었다. 그리고 손을 최대한 높이 뻗어 추모게시판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사고 없이 잘 다녀오세요, 홍성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열여섯 번째 시는 김주대 시인의 ‘꼬마 조문객’입니다.
필자는 어릴 적, 뒷동산에서 ‘소 풀 뜯기기’를 좋아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가 소를 산 아래에 풀어놓고
그늘에 드러누워 책을 읽는 재미는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책 속의 세상과 현실이 혼재되기도 했지요.
어느 날은 그러다가 스르륵 잠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소가 남의 집 논에 들어가 잘 익은 낱알을 모조리 먹어치워서
혼쭐이 났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하루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소에게 풀을 뜯기고 있는데
아랫동네 친구 아버지께서 지게를 지고 하늘을 가리키며 무어라 고함을 치십니다.
“완근아 늑대 지나간다.” 하늘에는 비행기 한 대만이 빠르게 지나갈 뿐.
“아까 세 대 지나갔고 이제 한 대 지났으니 늑(네)대 지나가는 거 맞자잉.”
하얗게 웃으시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참 맑다고 느꼈습니다.
시절이 참 우울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생채기를 민낯처럼 보여줍니다.
한쪽에서는 빨리 제정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단식 중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단식 중인 사람들 옆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시켜먹는 만행에 가까운 일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세월이 참 암울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질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봅니다.
김주대 시인도 이런 생각을 하며 이 시를 짓지 않았을까 반문해봅니다.
김주대 시인은 자기는 세상을 ‘빌빌거리며’ 산다고 하지만 거개의 그의 시를 읽노라면
머릿속에서 수 만 번을 고뇌하고 사색해서 토해낸 결과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울한 시대일수록, 암울한 시절일수록 마음을 비우고,
아니 비우기 전의 아이의 순백의 마음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헛된 상상이겠지요.
마음이 어지러운 오늘 아침, 필자는 이 시를 또 읽습니다.
천진난만한 성민이의 모습과 어릴 적 친구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잠시 입가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김주대 시인과 막걸리라도 같이 하고 싶은 기을날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 M>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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