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착각은 자유

불량아들 2015. 3. 10. 11:17

착각은 자유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누룽지를 끓이고 설겆이를 하는 건 나의 몫이다. 

내가 설겆이를 할 때 아내는 샤워를 하고 몸 단장을 한다.
설겆이 후 나도 뒤따라 샤워를 하고 아내가 치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식탁 옆에 놓인 약을 조제한다.
아내 것은 비타민, 우루사, 영양제, 빈혈약까지 너댓가지이고 내 약도 그와 비슷하니

약을 조제하는 약사와 같다는 뿌듯함(?)을 아침마다 느끼는 것이다.
오늘은 조제한 약에 숭늉을 들고 머리 손질이 한창인 아내에게 갖다주며 한마디 한다.
"여기 약 대령이오. 약값은 뽀뽀로 대신 하시오."
입가에 미소를 띤 아내, 내 왼쪽 뺨, 오른쪽 뺨, 이마, 입술 등등에

한 번이 아니고 여기저기 팍팍 뽀뽀 홍수다.
"약값이 넘쳤으니 나머진 돌려줘."
"돌려주는 건 없고 자기 평생 동안 약을 책임지겄소."
한마디 하고 의기양양하게 화장하고 있는 아내 방을 나온다.

감동에 겨운 눈초리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내를 상상하며....

 

20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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