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한낮
오월 한낮,
강남대로 골목길 안 허름한 식당입니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무뚝뚝하게 내려놓습니다
그대는 나와 마주앉아 소주를 마십니다
소주잔 속에는 과거가 깃들어 있습니다
소주잔 속으로 추억이 투명하게 흘러갑니다
투명하지 않은 기억도 흘러갑니다
기억은 범벅이 되어 우리의 생각을 흩트려 놓습니다
기억을 찾으려 어깨를 둘러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세제로 세탁한 것 같은 오월 햇살이 거리를 삼키고 있습니다
혓바닥 속으로 우리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뒤뚱뒤뚱 걷는 등 뒤에는 질 좋은 햇살이 잔뜩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오월 햇살 아래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추억도 기억도 날름 삼켜버린 햇살 아래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흔적만이 거리를 활보합니다
<뷰티라이프>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