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0)
회초리
-황금찬(1918~ )
회초리를 드시고
“종아리를 걷어라”
맞는 아이보다
먼저 우시던
어머니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30번째 시는 황금찬 시인의 ‘회초리’입니다.
부모님께 맞아본 경험, 다들 있으시지요? 부모님은 자식을 회초리로 때린다기보다 마음으로, 사랑으로 체벌한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필자도 초등학교 이전 딱 한 번 어머니께 회초리로 맞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랫집 창희와 창희의 저금통을 깨서 같이 군것질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평생 부모님께 맞아본 경험이 없었던 필자는 억울하기 그지없어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종아리가 멍이 들 정도로 맞았습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설핏 잠든 와중에 기분이 이상해 살그머니 눈을 뜨니 어머니께서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시며 울고 계셨습니다. 어릴 적 경험이지만 지금도 그 장면이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딸을 하나 낳고 애지중지 키웠지만 딸이 다섯 살쯤 때인가 딱 한 번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몇 번 때린 적이 있습니다. 고집을 피우던 딸의 성품을 한번 꺾어보자는 심산이었지만 그 애비에 그 딸, 딸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잠든 딸의 벌겋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세상이 하 수상하여 부모님께 맞으면 112에 신고한다는 요즘 세태입니다만 부모님의 회초리는 자식을 향한 그 어떤 간절한 소망이라는 걸 이 시는 100년, 200년이 넘어서도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황금찬 시인만큼 많은 시집과 수필집을 낸 시인도 드물 것입니다. 다작(多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시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98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70~80여 년 전의 추억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십니다. 한 문학 행사를 마치고 수유리에 있는 댁까지 택시로 모셔다드릴 일이 있었는데 마침 차량이 밀려 두 시간 가까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지훈, 박목월 시인 같은, 교과서로 밖에 만나볼 수 없었던 대가들과의 경험담은 그야말로 필자에게는 꿈같은 얘기였습니다.
올해 들어 <황금찬 문학상>이 새로 제정되고 “황금찬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한 자문위원단”이 발족되는 등 늦게나마 황금찬 시인을 위한 노력들이 부각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황금찬 시인의 ‘회초리’는 시인이 우리 사회에 가하는 채찍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 M>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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