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구름-문인수-

불량아들 2016. 5. 16. 12:35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5)

 

구름

-문인수(1945~ )

 

 

저러면 참 아프지 않게 늙어갈 수 있겠다.

 

딱딱하게 만져지는, 맺힌 데가 없는지

 

제 마음, 또 뭉게뭉게 뒤져보는 중이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5번째 시는 문인수 시인의 구름입니다.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합니다. 4월 햇살을 받아 온 천지를 환하게 재구성하는 벚꽃과 같은 마력을 좋은 시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그 풍광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입니다. 이 시를 처음 대하고 필자는 호주에 유학 가 있는 딸에게 즉시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아빠와 같은 들뜬 심정을 딸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문학에서 구름, 물, 햇볕은 여유와 자유, 따사함을 표현합니다. 반면에 불, 돌, 어둠은 강함과 억압,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전자의 것이 어린 아이가 그리는 그림처럼 순진무구와 천진난만을 나타내고 일필휘지 천의무봉을 뜻한다면 후자는 성난 사자의 포효, 꽉 막혀버린 여, 야의 대치, 27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인 야구선수의 마음일 것입니다.

 

딱딱함과 동그라미는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인간의 마음을 표현할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내 딱딱한 마음에 누군가 아물지 않는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할 수 있음을 상기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어울려 사는 것이 삶의 이치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낭창낭창한 버드나무가 함박눈을 가득 맞고도 부러지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지탱하는 것과 앞산에서 눈을 맞고 가지 툭, 툭 부러뜨리는 소나무는 삶의 방식이 다를 뿐 누가 최선이라고 판정 짓지 못합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러나 여유를 가지고 인간답게(?) 사는 것 또한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시로 되돌아가 봅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나이 먹음이며 나이 먹음은 사는 이치를 깨달아간다는 것입니다. '딱딱하게 만져지는, 맺힌 데가 없는지' 알아가는 것이 '아프지 않게 늙어' 가는 참 이치입니다. 딱딱한 내 마음을 '뭉게뭉게 뒤져' 그 딱딱함을 동그라미처럼 둥글게 둥글게 만드는 것이 참 인생입니다. 저 구름은 바람결에 자유롭게 흐르면서 '딱딱하게 만져지는, 맺힌 데가 없는지' 잘도 '제 마음'을 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저 구름처럼 '제 마음' '뭉게뭉게' 뒤져보는 일상을 가져볼 일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