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8)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장인수(1968~ )
민수 녀석이
볼따귀가 벌개서 등교했다.
“아버지가 또 때렸냐?”
“손맛이 맵냐?”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라.”
녀석에게 만 원을 건넨다.
한사코 받지 않는다.
“나중에 이자 쳐서 갚아라.
김치찌개 끓여서 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려라.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라고 꼭 여쭤 봐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38번째 시는 장인수 시인의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체벌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부모님께 회초리로 장딴지나 엉덩이를 맞는다면 사랑의 매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볼따귀가 벌개’지도록 맞았다면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인격 모독에 해당합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아버지가 또 때렸냐?’라고 묻습니다. 민수의 가정을 잘 아시는가 봅니다.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음으로서 현실을 인정합니다. 그 선생에 그 제자입니다.
그런 제자가 선생님은 측은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반항보다는 더 큰 사랑에 대해 가르칩니다.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서 ‘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리라고 합니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 법.
그러면서 선생님은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라고 ‘꼭 여쭤’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 보내는 사랑스런 반전입니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선생님 같은 분들만 있다면 얼마나 훈훈해질까요?
선생님이 건넨 ‘만 원’은 제자가 삐뚤어지지 않고 불량 아버지일지언정 가정을 지키라는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 시의 화자가 현재 학교에 계신 선생님이라니 우리 교육의 미래가 밝습니다. ‘이자 쳐서 갚’고 싶은 선생님의 사랑이 많은 우리 교육계였으면 하는 희망을 이 시를 읽으며 품어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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