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장인수-

불량아들 2016. 8. 4. 16:14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8)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장인수(1968~ )

 

민수 녀석이

볼따귀가 벌개서 등교했다.

 

아버지가 또 때렸냐?”

손맛이 맵냐?”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라.”

녀석에게 만 원을 건넨다.

한사코 받지 않는다.

 

나중에 이자 쳐서 갚아라.

김치찌개 끓여서 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려라.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라고 꼭 여쭤 봐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38번째 시는 장인수 시인의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체벌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부모님께 회초리로 장딴지나 엉덩이를 맞는다면 사랑의 매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볼따귀가 벌개지도록 맞았다면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인격 모독에 해당합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아버지가 또 때렸냐?’라고 묻습니다. 민수의 가정을 잘 아시는가 봅니다.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음으로서 현실을 인정합니다. 그 선생에 그 제자입니다.

 

그런 제자가 선생님은 측은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반항보다는 더 큰 사랑에 대해 가르칩니다.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리라고 합니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 법.

 

그러면서 선생님은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라고 꼭 여쭤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 보내는 사랑스런 반전입니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선생님 같은 분들만 있다면 얼마나 훈훈해질까요?

 

선생님이 건넨 만 원은 제자가 삐뚤어지지 않고 불량 아버지일지언정 가정을 지키라는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 시의 화자가 현재 학교에 계신 선생님이라니 우리 교육의 미래가 밝습니다. ‘이자 쳐서 갚고 싶은 선생님의 사랑이 많은 우리 교육계였으면 하는 희망을 이 시를 읽으며 품어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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