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칡꽃-이진욱-

불량아들 2016. 10. 7. 11:0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0)

 

 

칡꽃

-이진욱(1969~ )

 

첨탑을 타고 오르는 칡넝쿨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무모한 줄 모르고

고압에 닿을 때까지

사력을 다해 기어오른다

 

사랑을 위한 등정이라면

말리고 싶다

저긴, 너무 위험한 길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몇 볼트의 벼락이 필요할까

 

뿌리에서 멀어져

더 아찔한,

 

칡꽃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0번째 시는 이진욱 시인의 칡꽃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기 위해 신에게 도전했다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에 처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끝이 보이지 않첨탑을 타고 오르는 칡넝쿨은 누구를 위해서일까요?

 

시인은 사랑을 위한 등정이라면/ 말리고 싶다‘저, 너무 위험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지만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 사랑이며 희생이 어찌 존재하리오. ‘무모한 줄 모르고’ ‘사력을 다해 기어오를 때 우리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로 세웠거나 개척한 사람들은 이처럼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기에 자기의 뜻을 이루었다고 해도 허언은 아니리.

 

그런 의미에서 뿌리에서 멀어져/ 더 아찔한,’ ‘칡꽃은 어떤 임계점을 뛰어넘어서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닐는지요.

 

칡넝쿨이 첨탑이 높다고 오르기를 포기했다면 진정한 칡넝쿨이 아니었으리. 칡넝쿨의 속성은 높은 곳을 높다 아니하고 오르고 또 오르는 것. 그리하여 벼락으로 단련되어 을 피우는 것.

 

칡꽃이 아름다운 것은 한계점을 뛰어넘는 용기와 결단력이 보여주는 마지막 결정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