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김도언-

불량아들 2016. 11. 7. 17:07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1)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

-김도언(1972~ )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한번도 축구선수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사막의 여행자도 아니었고

아버지는 불을 끄는 소방수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조금도 가수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파리하고 소극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겨울의 나비처럼,

혹은 동굴 속의 붕어처럼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다

해부되지도 않고 보고되지도 않는,

이상한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우주비행사가 아니고,

만두와 김밥을 파는 평화분식 사장님도 아니고

심지어 군인도 아니었고

나에게 아무런 기쁨이나 슬픔도 주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다

그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아무에게도 기쁨도 주지 않고 슬픔 또한 주지 않았다

이것은 참으로 낯선 과학이다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도 아니었고

아버지는 어부도 아니었으며

아버지는 가장 비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자신의 교실에서

희망, 사랑, 비극, 농담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 점에서 그는 가장 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1번째 시는 김도언 시인의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입니다.

 

김도언 시인은 시를 쓰기 전 한 일간지 신춘문예서 소설로 등단한 소설가입니다. 언제부턴가 기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저녁 문득 기린 그림 한 점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와 유쾌하게 술을 마시다 가기도 했습니다. 그의 기린 그림은 주위를 환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소설을 넘어 시 부문까지 등단한 것은 그가 그린 기린 그림마냥 매우 신선한 일입니다.

 

시인의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파리하고 소극적인 과학선생님이었으며 관찰되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나에게 아무런 기쁨이나 슬픔도 주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가장 비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는데 자신의 교실에서/ 희망, 사랑, 비극, 농담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자식, 특히 아들에게 아버지는 일생을 살아가는 데 큰 표본으로 자리 잡습니다.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세상에 나에게 아무런 기쁨이나 슬픔도 주지 않는아버지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에게 아버지는 낯선 과학이고 가장 과학적인존재입니다.

 

시 속에서 11번이나 등장하는 아버지는 시인에게는 언제나 없으면서 있는 존재입니다. ‘축구선수’, ‘사막의 여행자’, ‘소방수’, ‘가수’, ‘우주비행사’, ‘분식집 사장’, ‘군인’, ‘택시드라이버’, ‘어부가 아니었으며,희망, 사랑, 비극, 농담을 가르치지 않았가장 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던 아버지를 시인은 또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합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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