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가을을 읽다-송정현-

불량아들 2016. 12. 1. 12:27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2)

 

 

가을을 읽다

-송정현(1975~ )

 

나는 눈물이 날 때나 틈이 그리울 때

가을 같은 엄마를 그리워한다

 

잘 여문 밤이 툭 뛰어내린다

꽉 찬 속살은

산이 길러낸 모정의 일부

 

품은 것들은 때가 되면 떠난다

햇살, 바람, 구름을 버무려 숲을 키운 산은

떠나는 자식을 다시 품는 온정이 있다

 

겨울을 비축하기 위해 햇살을 먹는 나무들을

산은 아무렇지 않게 품는다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별과 같은 마음으로 품는다

 

비우고 가벼워진 나무의 모습은

엄마를 닮았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2번째 시는 송정현 시인의 가을을 읽다입니다.

 

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잎사귀는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산소를 공급하고 더운 여름에는 일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그늘을 제공합니다. 줄기는 목재로써 다양하게 사용되고 땔감으로 불을 지피기도 합니다. 뿌리는 어떻던가요, 홍수를 예방하고 흙을 분해하기도 합니다. 무엇 하나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런 나무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어머니의 존재는 자식들에게 어느 것 하나 유용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음미하는 나무, 가을, 어머니는 삼위일체입니다. ‘가을 같은 엄마꽉 찬 속살’ ‘햇살을 먹는 나무들을/ 별과 같은 마음으로 품는’ ‘비우고 가벼워진 나무의 모습에 다름 아닙니다.

 

가을은 모든 생명을 살찌우는 계절입니다. 밤을 잘 여물게 하고,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에게 햇살을 가득 먹이고 햇살, 바람, 구름을 버무려 숲을 키웁니다.

 

가을은 어쩌면 이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자식이 자라면 어미의 품을 떠나듯이 나무와 숲도 가을이면 떠날 준비를 합니다. 혹독한 시련에 맞서 독립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추운 겨울을 맞아 이겨내고 마침내는 봄이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연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가을을 이렇게 읽습니다. 가을이 세상 모든 것을 살찌우는 것을 보며 가을 같은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가을 산을 보며 어머니의 떠나는 자식을 다시 품는 온정을 떠올립니다.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별과 같은 마음으로 품는엄마를 생각합니다.

 

가을하면 낙엽이나 단풍만을 생각하는 우리보다 시인은 더 폭넓게, 더 깊이 있게, 더 의미 있게 가을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시인의 심장의 무늬는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케 하는 송정현 시인의 시 가을을 읽다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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