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겨울나무-곽기영-

불량아들 2017. 3. 23. 10:56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6)

 

겨울나무

-곽기영(1962~ )

 

 

싹 틔우고 꽃 피웠던

덧없던 세월

겨울 삭풍에 내 모든 것 버리고

품속에 그리움의 나이테

한 줄 갈무리한 채

그저 홀로 흔들리며

청춘(靑春)의 꿈을 잇기 위해

잠을 청한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6번째 시는 곽기영 시인의 겨울나무입니다.

 

시인은 참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한 박자 늦은 계절에 겨울나무를 생각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인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겨울나무가 삭풍에 흔들리며 오돌 오돌 떨고 있습니다. 겨울나무가 이렇게 헐벗고 있지만 세 계절에 앞서서는 싹 틔우고 꽃 피웠던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름답게 밤을 불태우기도 했고, 세상 모든 게 그의 것인 듯도 했습니다. 이는 하마 젊은 날의 인간에 비견될 수도 있습니다. 싹 틔우고 꽃 피웠던 시절은 청년에 다름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청춘은 세월 앞에 무기력해집니다. 꽃 피우고 열매 맺었던 시절은 삭풍에 내 모든 것 버린 겨울나무처럼, 인생도 어느 덧 황혼기에 접어듭니다. 그렇다고 쓸쓸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겨울나무가 품속에 그리움의 나이테하나씩 켜켜이 만들어가듯이, ‘청춘의 꿈을 잇기 위해/ 잠을 청하듯이, 오늘의 우리는 내일을 창조해가는 중이니까요.

 

시인은 집 밖을 나서다가 삭풍에 떨고 있는 겨울나무를 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인생을 반추합니다. 이 나무가 지금은 헐벗고 추위에 떨고 있지만 한때는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결국엔 열매까지 맺었을 것입니다. ‘덧없던 세월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덧없는 세월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겨울 삭풍에 흔들리고 있는 그 시간에도 겨울나무는 나이테를 만들면서 무심한 듯 잠을 청하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잠은 죽음이 아닙니다. ‘청춘의 꿈을 잇기 위한 절치부심의 시간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춘의 때를 지나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삶의 맛과 품격도 깊어집니다. 겨울나무를 보며 시인도 인생의 맛과 깊이를 문득 깨닫나봅니다. 그런 시인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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