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팔레스타인-이건청-

불량아들 2017. 2. 27. 10:22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5)

 

 

팔레스타인

-이건청(1942~ )

 

 

이스라엘에서 발사된 포탄이

담장 너머 가자지구에 터지자

아이들 몇 한꺼번에 쓰러진다.

한 아이, 머리 없는 몸통 되어 뒹군다.

 

이스라엘 스테롯 산 정상에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구경을 하고 있다. 포탄이 날아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진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스라엘 여자도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5번째 시는 이건청 시인의 팔레스타인입니다.

 

필자는 국문과 재학 시 이건청 교수께 시창작론을 듣기도 했습니다. 시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셨던 교수님은 열정적으로 시 쓰기를 가르치셨습니다. 어떤 사물에 대한 이미지를 나열한 다음 그 이미지를 형상화하도록 가르치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수업 후 학교 후문 쪽에 있던 호프집에서 호기심 많은 학생들에게 맥주를 종종 사주기도 하셨습니다. 빠알갛게 홍조를 띠시며 시 한편을 읊조리시는 모습은 여간 보기 좋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멋쟁이 교수셨습니다.

 

각설하고 시로 되돌아와 봅니다. 인간의 양면성은 성선설이나 성악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저 너머의 미증유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꽃은 피어 있을 때 아름답지만 질 때의 추함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꽃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꽃이 시들 때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그 꽃이 지고 나서야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에서 얘기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에서 발사된 포탄머리 없는 몸통이 나뒹군다거나 포탄이 날아갈 때마다’ ‘환호성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스라엘 여자는 우리 모든 평범한 일상인에 다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전쟁의 이념에 매도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시는 그런 인간의 양면성을 그림 그리듯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아련한 아픔이 몰려오는 것은 시인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 때문입니다. 참혹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선한 마음을 끄집어냅니다.

 

헤겔의 정반합(正反合)의 삼단논법이 아니더라도 이 시가 노리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을 나타내려고 반대()의 논리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정()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인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내면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케 하니까요.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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