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탈모-고영-

불량아들 2017. 5. 30. 15:25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8)

 

탈모

-고영(1966~ )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 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 가신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48번째 시는 고영 시인의 탈모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담장을 따라 장미꽃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그 꽃을 보며 걸음을 떼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곤 감탄사를 연발하는 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은 왜 꽃을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심하게 겪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필자의 어머니께서도 매우 꽃을 좋아하셨습니다. 꽃나무 키우는 걸 낙으로 삼으셨습니다. , 여름,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집안 곳곳에 화분을 들여놓고 키우셨습니다. 꽃나무를 바라보며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시인의 어머님께서도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꽃보다도 시를 쓰는 아들을 더욱 사랑했겠지요. 병치레 잦은 아들을 다른 자식들보다 더 알뜰히 보살폈을 것입니다. 그러니 돌아가셔서도 아들 걱정이 많겠지요.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압니다. 그러니 어머님이 무척 그립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지 않습니다. 대신 어머님에 대한 사랑, 보고픔, 그리움을 어머니께서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 가신다라고 멋지게 표현합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이처럼 에둘러 아름답게 표현하다니요!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처럼 딴짓하듯이 녹여내다니요! 그는 마치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필자도 나이가 듦에 따라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 술값이 모자라셔서 제 머리카락을 주모한테 한 올씩 저당잡히시는가 봅니다.

 

그나저나 시인의 어머니께서 하늘에서 꾸미신,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점철된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미용회보M>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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