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시집 비치로 숍 품격을 드높이자

불량아들 2018. 3. 26. 11:52

Editor’s Letter

 

         

 시집 비치로 숍 품격을 드높이자

 

며칠 전, 인사동서 시를 쓰는 친구 몇과 술추렴을 하고 있었습니다.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우리 잡지사에서 의욕 있게 진행하고 있는 전국 미용실 시 한 수 걸기 운동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시 운동은 우리 사회의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국 미용실 시 한 수 걸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인들의 동참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숍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 성공의 키포인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현재 불황의 미용 시장에서 미용실의 품격을 드높이고 숍의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기자가 잘 아는 원장님이 몇 개월 전에 기자의 귀띔으로 실행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우선 미용실에 시집 몇 권을 비치해 놓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용실에는 여성지를 구비해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규모가 작은 숍은 3~5권 정도가 적당하고 크기에 따라서 시집의 권수는 정하기 나름입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비치하는 시집이 같은 제목의 시집보다는 각자 다른 시집이어야 효과가 높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3~5권 정도를 갖추라고 한 것은 어느 정도 시집이 매장서 고객들의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며, 시집의 제목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단에서만 알려진 어려운 시와 신변잡기에 가까운 대중시는 피해야 합니다. 시로서의 품격을 지키고 일반인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시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렇게 숍에 괜찮은 시집을 갖춰놓으면 고객들도 식상한 잡지 등의 고정된 인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숍의 위상을 재평가할 것입니다. 여기에 원장님이나 디자이너들이 시집에 나온 시를 외운다거나 시인에 대해 알고 얘기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하고 감성이 메말라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시인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좋은 시를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인들이 아직은 많습니다. 원장님들이 마음을 열고 우리 숍 분위기를 바꿔 숍의 위상을 높이고자 할 때 시집 갖춰놓기 만큼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많지 않습니다.

 

참고로 기자가 본지에 매달 연재하는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을 참고하여 시를 선택하거나 시집을 구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을 바꾸겠다는 각오만 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부고

 

어느 날 갑자기

나 죽거든

봉투에

꽃씨나 각자 넣어주오

 

민들레나

자운영

봉숭아 홀씨 되어

,

세상 어느 한자리

내려앉아

꽃물 들이고 있으리니

 

어느 날

갑자기

부고 오는 날

봉투에

꽃씨나 넣어주오


<뷰티라이프> 2018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