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낀세대’ 미용인
기자가 영국에 유학을 다녀온 K디자이너를 만난 시기는 2005년 후반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30대 중반에 막 접어든 그녀는 늦게 시작한 미용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1년이 조금 넘는 미용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었습니다. 미용을 늦게 시작도 했고 고국에 돌아와 아는 미용인이 없었던 그녀는 소개 소개로 기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포부는 당찼지만 낯선 환경에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의 만남 뒤 기자의 소개로 서울의 숍에 취직이 되었고 K디자이너와 기자는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만나 미용계의 흐름과 변화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막걸리를 가르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후 K디자이너는 독립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중, 대형 숍을 두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하게 되었고 자녀도 하나 낳았습니다. 원장이 된 그녀와 기자는 지금도 꾸준하게 만나며 미용계 이야기를 듣거나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는 미용인 친목 모임에 가입해서 몇 번 나갔더니 영 아니었다고, 역시 미용은 혼자 해야 하는 것인 모양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K원장과 지난주에 다시 만났습니다. 지금 K원장의 고민은 기자가 예상했던, 스텝을 구하기 어렵다거나 내년부터 오를 시급 인상에 대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세대는 ‘낀세대’라는 것입니다. 미용을 크게 원로, 중견, 신세대로 구분하자면 자기와 같은, 유학파는 어느 세대에도 끼지 못하는 세대라는 것이 K원장의 고민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낀세대’는 참된 스승도 없고 참된 제자도 없는 외로운 존재라는 말이었습니다. 일견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K원장은 그런 ‘낀세대’에서 탈피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멘토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용의 장래에 대해, 미용인의 미래에 대해 상의하고 고언을 들을 수 있는 원로 미용인(?)을 추천해달라는 숙제까지 기자에게 남겼습니다.
K원장과 헤어진 후 기자는 K원장의 고민이 K원장의 고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유학파는 아니더라도 지금 열심히 미용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미용인이 많을 것입니다. 홀로 고민하는 그들에게 경험에서 앞선 그 누군가가 조언하고 격려해준다면 그들은 미용인으로서 외롭지 않겠지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인 타임*
시간을 삽니다
당신의 인생을,
당신의
쾌락과 고통까지도 삽니다
시간+시간
시간-시간
시간을 사는,
시간을 파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간은 흐르는데
당신의 시간을 몽땅 삽니다
시간 부자인 나는
당신에게 시간을 나눠드릴 수 없습니다
아직도 나는 시간을 더 사야 하니까요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을 사면
나무의 돌의 물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을 삽니다
남아 있지 못한 당신의
시간을 파실래요?
*앤드류 니콜 감독의 시간을 사고파는 미래를 다룬 영화
<뷰티라이프>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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