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박준 회장의 소리 없는 소록도 미용봉사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의 정식 명칭은 <국립소록도병원>입니다. 소록도라는 지명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작은 아기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적으로 소록도에는 약 150여 마리의 사슴이 방목되어 살고 있습니다. 소록도는 일제 강점기인 1916년 5월 17일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개원하였으며, 1968년 <국립나병원>으로 개칭, 1982년 <국립소록도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날에 이르게 됩니다.
소록도에는 한센인 500여 명과 직원 200여 명 등 700여 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소록도의 크기는 약 113만 평 정도로 여의도의 1.5배 크기인데 2/3는 입원환자들이 거주하는 7개 마을과 병원본관이 있는 원생거주지역이며, 나머지 1/3은 직원들이 거주하는 직원지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기자가 소록도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기술한 것은 소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서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센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주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만여 명 정도의 한센인이 살고 있는데 한센병은 접촉에 의해 전염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기존의 한센인 외에 새롭게 병을 앓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센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기자가 소록도를 찾은 것은 지난 4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이었습니다. <박준뷰티랩>의 박준 회장은 7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 미용봉사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소록도까지는 차로 약 5시간이 걸립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울에서 1시에 출발한 일행(박준 회장은 매번 2~3명의 미용인과 같이 동행합니다.)이 고흥에서 저녁을 먹고 소록도 자원봉사자실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0시경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잠을 청한 후 아침을 먹고 오전 9시부터 미용 봉사 활동을 시작합니다. 미리 공지를 통하여 이곳 7개 마을 회관마다 머리를 손질하고자 하는 한센인 주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더 밝고 반갑게 먼저 인사합니다. 특히 박준 회장에 대해서는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맞아줍니다. 7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방문해 자기들 머리를 예쁘게 손질해주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겠지요. 머리 손질 후 꼬옥 안아주고 가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매달 이날만을 기다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마을 회관으로 오시는 분들은 그나마 건강하신 분들이고 거동을 못 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분들을 위해 병실에 직접 찾아가 머리를 깎아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리광을 부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우르고 타일러서 무사히 머리 손질을 해줍니다. 봉사는 숭고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박준 원장께는 무어라 감사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7년째 이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신데 박준 원장이 미용 봉사를 안 오시면 우리 직원들이 그 일을 대신 해야 할 텐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더구나 박준 원장께서는 봉사활동을 남모르게 하시고 계십니다. 소문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세요. 진정한 숨은 봉사자십니다.”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계 김광문 계장의 말씀입니다. 그는 또, “미용 봉사하는 것도 우리로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인데 저희가 또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한센병이 전염된다는 잘못된 사회 인식을 박준 원장께서 바꿔놓으시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죠.” 김광문 계장의 말씀 속에 박준 회장의 봉사의 위대함이 스며있습니다.
미용 봉사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봉사도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박준 회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그 먼 곳, 사회로부터 소외된 것을 찾아 소리 나지 않게 봉사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직접 보니 우리 미용인의 모습이 무척 숭고해보입니다.
봉사는 위대합니다. 매달 소록도를 찾아 미용 봉사를 솔선수범하고 계신 박준 회장과 동행하실 미용인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잠자는 아내
머리 희끗해진 아내가
잠들어 있다
가끔씩 표정으로 말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얼굴에 살아온 날들이 녹아 있다
교복 입은 계집아이
희망도 꿈도 많았을 터
빚질 일 없고 빚 줄 일 없는 고만고만한 삶
남 얘기하지 않고 남 얘기 듣고 싶지 않은 평탄한 삶
지금도 그런 꿈을 꾸나보다
멍들 일 어이 없었으랴
생채기 어이 만들지 않았으랴
가녀린 몸으로 잘도 견뎌왔다
하얀 마음으로 잘도 버텨왔다
가끔은 흐릿한, 희미한 미소를 띄며
자는
머리 희끗해진 아내가
마음속으로 확 다가오는 바람 없는 저녁이다
<뷰티라이프> 2019년 5월호
'뷰티라이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지 창간 20주년 (0) | 2019.06.17 |
---|---|
한국미용장협회의 <2020년 헤어 트렌드 작품 공모전> (0) | 2019.05.21 |
"뷰티라이프 표지 연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0) | 2019.03.21 |
대체할 수 없는 미래의 직업, 미용사 (0) | 2019.02.19 |
<카카오헤어샵>의 도전 (0) | 2019.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