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여름밤의 단상

불량아들 2019. 8. 21. 14:35

Editor’s Letter

 

여름밤의 단상

 

 

하나,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무더위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건 우리 미용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디 미용계 뿐이겠는가. 사회 전체가 어렵다. 가까운 나라라는 일본은 땡깡을 부리고 있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 극일을 외쳐도 모자랄 판에 일본의 땡깡 논리를 따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을 보며 더위보다 더한 무력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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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든 사람들이 문제다. 아니 먹물 든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먹물 든 척, 고상한 척 하면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자들이 문제다. 그들은 사기꾼 같은 몸놀림, 혓바닥으로 주위 사람들을 현혹한다. 모양새는 그럴싸하다. 혼자 일을 다 하는 척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기 실속을 위해 일한다. 거머리 같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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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도처에 널려 있다. 무더위가 심해지자 하루가 멀다 하지 않고 부고장이 날아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은 후회 없는 생을 보냈을까?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살아야함을 부고장은 절실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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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밤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시인 친구가 있다. 며칠 전에도 전화해서 횡설수설이었다. 그때 겨우 든 새벽잠이 달아나서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그가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섯,

좋은 사람의 안부 전화는 늘 즐겁다. 여행을 다니다가 좋은 풍경을 보고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소식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공연을 같이 보자는 전갈은 무지무지 반갑다. 행사를 하는데 초대하겠다는 지방 원장의 목소리는 얼마나 정겹고 아름답던가! 행복을 공유하기도 바쁜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부질없이 생각을 또 해본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눈물로 지키고 싶은 것

 

술친구가 후두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식에

내 목은 어느 새 칼칼해진다

아침마다 목에서 진한 가래가 나온다

 

팔촌 네 아제가 다리를 절개했다는 소식에

나는 슬그머니 팔다리를 쓰다듬는 것이다

 

목숨은 고샅길 고양이 울음처럼

질긴 것이었다가

해일 속 둥둥 떠내려가는 문풍지였다가

어느 새 병아리 떼 거느린 어미닭이 되었다

 

찬연한 햇볕 아래 힘없는 그대 모습 보이고

나는 내 목숨까지 담보로 힘차게 안아보는 것이다

귀하디 귀한 것,

눈물로 지키고 싶은 내 것은 따로 있었다

 

<뷰티라이프> 2019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