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9)
게르니카1
이지엽(1958~ )
24대의 전투 비행기가 5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울부짖는 말과 멍한 황소, 죽은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 잘린 팔과 부러진 칼, 불에 타고, 쓰러지고, 겁에 질린 눈, 분할되고 왜곡된 흑백 톤의 음산함, 출구가 너무 좁았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의 장날이었다
*게르니카:1937년 피카소의 그림(캔버스에 유채,776x349cm)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9번째 시는 이지엽 시인의 “게르니카1”입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스페인 내전은 1936년 7월 스페인의 두 번째 공화국에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약 3년에 걸쳐 일어난 전쟁입니다. 공화정을 지지하는 공화파와 입헌군주제를 옹호하는 군부, 왕당파 사이의 전쟁이었는데, 다른 여러 나라들도 편을 나누어 들면서 이 내전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소련 등은 공화파를 지지했고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 등은 왕당파를 지지, 복잡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 내전은 군부가 이끄는 왕당파가 1939년 승리하면서 군부의 수장인 프랑코가 집권하게 되고, 그가 사망한 1975년까지 독재는 계속되었습니다.
내전이 발발한 이듬해인 1937년 4월 26일 히틀러가 보낸 24대의 비행기가 바스코 지방의 작은 마을인 제르니카에 5만발의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폭격에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고 사상자 수만도 1600 여명에 달하는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날은 마침 장날이기도 했는데 전략적 요충지도 아닌 베르니카에 나치정권이 프랑코 반란군 편에서 민간인에게 자행한 무차별적인 공격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자신들의 비행기 성능을 시험하기 위함 때문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더구나 이날 주민들은 장날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장터가 나갔다가 참혹한 죽음을 당했으니 더욱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런 비극적 서사 앞에 피카소는 분노했고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이 우리에게 유명한 ‘게르니카’입니다. “울부짖는 말과 멍한 황소, 죽은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 잘린 팔과 부러진 칼, 불에 타고, 쓰러지고, 겁에 질린 눈,” 게르니카는 참혹했던 당시의 상황을 “흑백 톤”으로 냉정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피카소의 이 그림을 보면서 예술가의 소명을 재음미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평범한 격언을 “게르니카1”은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0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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