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어미 오리로부터 배우는 사랑법
코로나19 폐해가 심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는 방역을 선보이면서 코로나사태를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4월 15일 총선을 무리 없이 치르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피해 중 심각한 것이 사람들과의 교류 단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기도 만만찮고 연락 오는 것도 두렵다고 다들 말합니다.
기자도 코로나사태를 이겨내고자 되도록 사람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쉬는 날에는 산행으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출근해서는 하루의 일과를 평소보다 빨리 정리하고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합니다. 대신 회사에서 집까지 두 시간 정도 걸어서 갑니다.
청계천을 따라 쭉 걷다 성북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성북천을 따라 올라갑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되는데요, 오는 봄을 완전하게 체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년에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세월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사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가 예기치 않게 이런 삶의 여유도 줍니다.
성북천을 걷기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갓 태어난 듯한 새끼 8마리를 거느린 청둥오리 어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새끼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성북천을 걷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쪼르르 쪼르르 줄지어 어미를 따라가는 모습은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게 했습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새끼 13마리를 거느린 청둥오리를 만났고 일주일 후쯤엔 새끼 11마리를 거느린 청둥오리 가족을 만났습니다. 세 오리 가족을 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며 희망이었습니다. 8마리, 13마리, 11마리 새끼들이 아무 탈 없이 자라기를 바라며 새끼 오리 수를 날마다 체크했습니다. 근처에는 길고양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새끼들의 수는 7마리, 10마리, 8마리로 줄기 시작했고 지금은 7마리, 5마리, 6마리만이 어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 본 여덟 마리는 이제 일곱 마리로 줄었지만 어미만큼 성장해 있습니다.
특히 처음 8마리를 기르는 어미오리의 정성은 지극했습니다. 새끼들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을 때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보초를 섰습니다. 고양이라도 다가올라치면 경고음을 내며 새끼들을 재빨리 물 가운데로 피신시켰습니다. 먹이질 하는 모습도 시범을 보이며 새끼들이 따라할 때까지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미 오리한테서 배우는 사랑은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봄날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어미 오리의 사랑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 미용계도 어미 오리와 같은 사랑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여 전국 미용인들의 삶에 봄 햇살 같은 행복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성북천, 봄
하얀 솜뭉치 검은 솜뭉치
두 뭉치가
아장아장
봄날 성북천을 걷고 있다
두 솜뭉치가 주인이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주인 하녀는
안절부절 방향잡기에 바쁘다
성북천 물길이
상전이 된 개를 인도하고
잔바람이 성당 종소리를 몰고 오면
고양이들은 하나 둘씩 기지개를 켜고
일곱 마리 새끼를 거느린 어미오리는
바쁘디 바쁘다
오가는 사람들은 늦으면 안 된다는 듯
햇살을 놓치고
노란 꽃잎 접는 영춘화를 잊는다
하얀 솜뭉치와 같은 신발을 한 아이가
봄바람을 타고 두둥실
왜가리는 물고기 찾아 두둥실
아래를 향하는 성북천은 무심한 듯
구름만 안고 흐르고
<뷰티라이프>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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