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벌레는 무서워

불량아들 2020. 6. 3. 11:59

벌레는 무서워

 

저녁을 먹고 아내와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늦게 들어왔다.

텔레비전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다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떠보니 새벽 2시다. 아내는 안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이 깨워서 같이 들어갈 일이지.’ 속으로 되새김질하고 있는데,

핸드폰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고 천지를 진동한다.

또 어떤 위인일까?’

술만 취하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시인이 몇 있다.

그런데 핸드폰에 뜬 이는 이쁜각시.

안방에 있을 텐데 핸드폰이라니, 장난이겠지하면서 핸드폰을 받자,

까아악~ 여보 여보. 문 앞에 발 많이 달린 벌레가 붙어 있어.”

아내는 벌레라면 질색이다. 때려잡지도 못 한다. 실은 나도 벌레는 무섭다.

베란다를 통해 파리약을 건네주며 뿌리라고 해도 못 하겠단다.

어르고 달래서 약을 뿌리게 하고서 안방에 진입해서 사지를 떨고 있는 돈벌레를 휴지로 말아 변기통에 버렸다.

그때까지 떨고 있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자리에 누웠는데, 내 손도 마음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 벌레는 왜케 무서운겨?

 

(20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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