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는 무서워
저녁을 먹고 아내와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늦게 들어왔다.
텔레비전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다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떠보니 새벽 2시다. 아내는 안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이 깨워서 같이 들어갈 일이지.’ 속으로 되새김질하고 있는데,
핸드폰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고 천지를 진동한다.
‘또 어떤 위인일까?’
술만 취하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시인이 몇 있다.
그런데 핸드폰에 뜬 이는 ‘이쁜각시’다.
‘안방에 있을 텐데 핸드폰이라니, 장난이겠지’하면서 핸드폰을 받자,
“까아악~ 여보 여보. 문 앞에 발 많이 달린 벌레가 붙어 있어.”
아내는 벌레라면 질색이다. 때려잡지도 못 한다. 실은 나도 벌레는 무섭다.
베란다를 통해 파리약을 건네주며 뿌리라고 해도 못 하겠단다.
어르고 달래서 약을 뿌리게 하고서 안방에 진입해서 사지를 떨고 있는 돈벌레를 휴지로 말아 변기통에 버렸다.
그때까지 떨고 있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자리에 누웠는데, 내 손도 마음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하, 벌레는 왜케 무서운겨?
(2020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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