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아무나 먹나
광주에 사는 처제에게는 딸이 하나 있고, 그 딸이 나를 무척 잘 따른다.
이모부인 내게 하루에 두서너 번은 전화를 한다.
무슨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 하는 전화가 아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이모부 날씨 좋지요?”
“그래 산책하기 좋은 날이야.”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핸드폰을 뚝 끊는다. 산책하기 위함이리라.
“이모부 오늘 기아 이길 것 같아요, 질 것 같아요?”
“아롱이가 집을 나갔어요.”
“점심 때 무엇 드셨어요?”
질문도 다양하다.
오늘도 전화가 왔다.
“이모부 피자 시켜주세요.”
“응, 그런데 지금은 바쁜데...”
뚝 끊기는 전화.
핸드폰 진동이 채 가시지 않은 조금 후, 다시 오는 전화.
“아직도 바쁘세요?”
“응...”
또 끊기는 전화.
10분 후,
“지금도 바쁘세요?”
처제 아파트 옆 피자 가게로 배달시키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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