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본능을 이기는 모성

불량아들 2020. 4. 29. 11:47

본능을 이기는 모성

 

오늘도 아내와 손잡고 성북천을 걷는다. 성북천에 어느새 새끼를 거느린 오리 가족이 3팀이나 생겼다. 그들이 매일매일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은 성북천을 걷는 또 다른 재미다.

성북천 중간쯤에 다다르자 어미 오리가 새끼 5마리를 거느리고 먹이 사냥이 한창이다. 다리도 쉴 겸해 천변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다가 가져온 과자부스러기를 던져준다. 그럴 때마다 새끼오리들이 쪼르르 달려와 과자를 쪼아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여기서 어미 오리의 반응이 놀랍다. 과자를 던져주면 본능적으로 달려왔다가 새끼오리한테 먹이를 양보한다. 그러곤 새끼들이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몇 번을 시도해보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와 나는 그 모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먹이를 주면 본능적으로 반응하지만 모성 앞에 그 본능을 숨기는 것이다. 아아, 모성은 얼마나 위대하던가.

엄마란 저런 것이야. 아빠들은 근처에도 못 갈 걸.”

아내의 한마디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것이다.

                                                                                                              20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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