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과 불고기
퇴근하며 집 근처의 추어탕 집에 들러 2인분 포장을 부탁했다. 몸살감기 기운이 있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다. 아내는 기운이 떨어지면 추어탕을 좋아한다.
추어탕에 신이 났는지 아내는 주방에서 연신 딸그락거린다. ‘풀어서 끓이기만 하면 될 텐데 왜 이리 시간이 걸릴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밥상을 보자 그게 아니었다. 추어탕에 양념불고기, 거기에 더하여 고추, 오이, 홍당무까지 푸짐하다.
“이 사람아, 결혼식 때는 하객이 신부보다 이쁘게 하고 나가면 못 써.”
내 말에 아내가 어리둥절한다.
“추어탕 하나면 됐지 불고기까지 곁들이면 추어탕 맛이 죽는다는 말씀이지.”
“그럼 나는 결혼식에는 영영 못 가겠네.”
“?”
“내가 하도 예뻐서 결혼식장에 가면 신부들이 질투할 거 아냐.”
한술 더 뜨는 아내다.
“아따 그 연세에 결혼할 친구들은 있고?”
“어머 내가 내 나이를 그새 잊어먹고 있었네. 홍홍홍”
웃음이 반찬으로 첨가된 저녁이다.
2020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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