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98)
안부
전영관(1961~ )
멀리서 보면
울음과 웃음이 비슷하게 보인다
타인은 관심 없고
제 것만 강요하는 우리끼리 잡담한다
겸손한 척 거리를 두는 습관을
우아한 외면 혹은 비겁이라 조롱했다
우리들 하루란
칭병(稱病)하고 누운 사람을 문병 가는 일
잡아당겨보면 내부가 자명해지는 서랍처럼
거짓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
돌아서 안녕이라 손 흔들어도
우는지 웃는지 몰라서 편안한 거리를
그대들과 유지하고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98번째 시는 전영관 시인의 “안부”입니다.
햇볕이 무던히 쏟아지는 창가를 무심히 바라보는 오후였습니다. 더위가 세상의 소음을 죄다 삼켜버린 듯 나뭇가지들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오후였습니다. 적막을 깨고 핸드폰이 울립니다. 간간이 만나고 있는 교수인데, 강의 차 지방에서 올라오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웁니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는 그 교수의 말이 신선하게 들립니다.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기쁨을 느낍니다. 더위를 날려버릴 상쾌함입니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맺음’이라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봅니다. 그리고 그 관계 맺음은 배려와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배려와 관심은 사람 사이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신뢰를 튼튼케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배려와 관심이 없는 관계 맺음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언제 흩어질지 모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타인은 관심 없고/ 제 것만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안부”가 아닐 것입니다. “안부”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배려와 관심에서 비롯되어진다고 생각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우는지 웃는지 몰라서 편안한 거리”보다는 “울음”과 “웃음”을 확실하게 알고 거기에 맞는 “안부”를 전하며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진 않지요. 그냥 그렇게 “유지하”며 사는 것도 세상사는 한 방법일 테니까요.
오늘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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