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0)
바람이 되어
정순옥(1960~ )
봄 내음 가득 담아
발길 닿는 대로
너에게로 가고 싶다
그리움을 풀어 놓은
향기 속에
녹아내리는 뜨거운 가슴
붉게 익어버린
홍시 하나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본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00번째 시는 정순옥 시인의 “바람이 되어”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비해 나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온갖 만물 중 인간만이 자연에 빙의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천둥, 번개, 하늘, 신선, 구름, 물, 새, 꽃, 바위, 나무 등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거개의 것들이 우리의 자유의지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듯한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람”은 어디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인간의 생각을 빙의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대중가요나 시에 바람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람은 그런 연유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입니다.
이 시에서도 바람은 시인의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대체물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계절을 통틀어 시인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봄 내음 가득 담아’서 ‘너에게로 가고 싶’은 바람으로, ‘그리움을 풀어 놓은’ ‘뜨거운 가슴’으로, 그리움에 익어버려 붉게 물든 ‘홍시’로, 나타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다. 겨울에는 ‘눈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 소나무의 고단함을 풀어주려는 사랑을 가득 담은 바람으로의 동화(同化)를 꿈꿉니다.
바람이 되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것은 이웃이나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에 다름 아닙니다. 사계절 내내 그 마음이 변하지 않으니 더욱 숭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인이 꿈꾸는 아름다운 상상이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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