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바람이 되어-정순옥-

불량아들 2021. 11. 9. 17:08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0)

 

바람이 되어

정순옥(1960~ )

 

봄 내음 가득 담아

발길 닿는 대로

너에게로 가고 싶다

 

그리움을 풀어 놓은

향기 속에

녹아내리는 뜨거운 가슴

 

붉게 익어버린

홍시 하나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본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00번째 시는 정순옥 시인의 바람이 되어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비해 나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온갖 만물 중 인간만이 자연에 빙의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천둥, 번개, 하늘, 신선, 구름, , , , 바위, 나무 등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거개의 것들이 우리의 자유의지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듯한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람은 어디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인간의 생각을 빙의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대중가요나 시에 바람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람은 그런 연유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입니다.

 

이 시에서도 바람은 시인의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대체물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계절을 통틀어 시인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봄 내음 가득 담아너에게로 가고 싶은 바람으로, ‘그리움을 풀어 놓은’ ‘뜨거운 가슴으로, 그리움에 익어버려 붉게 물든 홍시, 나타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다. 겨울에는 눈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소나무의 고단함을 풀어주려는 사랑을 가득 담은 바람으로의 동화(同化)를 꿈꿉니다.

 

바람이 되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것은 이웃이나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에 다름 아닙니다. 사계절 내내 그 마음이 변하지 않으니 더욱 숭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인이 꿈꾸는 아름다운 상상이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