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여자들은 좋겠다-김용만-

불량아들 2021. 11. 23. 11:10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1)

 

여자들은 좋겠다

김용만(1956~ )

 

아내와 아내 지인들이

이박 삼일 놀다 갔다

 

여자들은 좋겠다

 

밤새 수다 떨고

아침에 또 떤다

술 없이도 지치지도 않는다

 

안 싸우고

잘 논다고

밥 해줬다

 

쑥국도 끓여줬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01번째 시는 김용만 시인의 여자들은 좋겠다입니다.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 근처 남산골한옥마을로 산책을 갔습니다. 가을 끝머리를 장식했던 단풍이 이제는 낙엽이 되어 바람 따라 흩날리고 있는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봄의 신록은 희망처럼 보여 좋고, 가을의 단풍은 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 같아 신록 이상으로 좋아 보입니다. 종종 젊은 연인들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짝을 이룬 노부부에게 눈이 자꾸 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 노부부는 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을 감수했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천생연분이었을까요? 어쨌든 맞잡은 손이 부럽기만 합니다.

 

부부는 정()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젊은 날의 불꽃같았던 사랑이 지나가면 화롯불의 은은한 온기처럼 사랑도 익어간다고 합니다. 그런 사랑을 우리는 이 시에서 깊게 맛볼 수 있습니다.

 

아내 친구들이 놀러왔습니다. 그것도 이박 삼일이나 놀다 갔습니다. 남편은 짜증낼 만도 한데 밥 해주고 쑥국도 끓여줬습니다. “안 싸우고/ 잘 논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술 없이도 지치지도 않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밤새 수다떠는 아내가 무척 사랑스러웠나 봅니다.

 

그 사랑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 사랑이 무척 깊고도 넓습니다. 타고난 장작불 속에 고요히 익어가는 고구마와 같은 사랑입니다. ‘사랑한다고 세상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외침보다 더 뜨겁고 정겹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마음속에서 피어오를 때 더 진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법인가 봅니다. 이런 사랑 배우고 싶지 않으세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1년 12월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귤 한 봉지-이태연-  (0) 2022.02.04
안부-나호열-  (0) 2021.12.27
바람이 되어-정순옥-  (0) 2021.11.09
갈 사람 가느라 가을입니다만-이원규-  (0) 2021.10.04
안부-전영관-  (0)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