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M의 외출

불량아들 2024. 1. 4. 16:11

M의 외출

 

M은 새벽에 일어났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실로 나오자 창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스며들었다

검은 외투를 걸치고 아파트 문을 나섰다

고고한 달빛이 내리쬐는 돌담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빤히 노려보았다

길 위를 새벽바람이 뒹굴며 지나갔다

몇 번의 심호흡이 M의 심장을 자극했다

낚싯줄과 물고기의 팽팽한 대치처럼

그는 여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게 부질없는 짓,

속으로 되 뇌이며

뒹구는 바람을 앞서 걸었다

마침내 골목 끝에 다다랐으나

골목은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졌다

좁은 골목 어둑한 허공 속에서 침을 한번 삼키고

깃을 세운 야생마처럼

가던 길을 되돌아서 달렸다

고양이 두어 마리가 혼비백산 담 위를 넘었다

동이 트려면 아직 멀었다고 M은 생각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빛을 따라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있었고

탱자나무가 가지를 부르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부역을 마친 노동자처럼 그림자를 길게 거느리며

M은 집으로 돌아왔고

아무도 M의 외출을 알지 못했다

 

<뷰티라이프>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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