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같이 울다

불량아들 2024. 1. 4. 16:12

같이 울다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

할아버지 한 분이

철 손잡이를 잡고 조심조심 내려오다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고통이 얼굴에 퍼지고

입으론 짐승 같은 소리를 낸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급히 달려와

도와주며 할아버지를 가만히 보시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허리통증으로 119에 실려 간 적이 있던 나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이었다

 

<뷰티라이프> 2022년 5월호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렁이 예찬  (1) 2024.01.04
담쟁이 넝쿨  (2) 2024.01.04
M의 외출  (3) 2024.01.04
효자론  (1) 2024.01.04
탄생  (2)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