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지렁이 예찬

불량아들 2024. 1. 4. 16:14

지렁이 예찬

 

나 죽으면

토룡될란다

미끈한 맨몸으로 밭 일구며

끈끈한 체액으로

땅 살찌우리

햇볕 들지 않는

언 땅이라도

체온으로

온기 가득 채우리

그리하여

푸성귀 만발할 때

온 몸 비틀며

밖으로 나와

허기진 병아리의

먹이가 되리

새벽에 홰를 치며

밝은 날을 세상에 알리는

닭의 모이가 되리

 

 

<뷰티라이프> 2022년 7월호, 창간 23주년 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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